우리나라 개화기가 시작될 때, 서양 문물이 밀려들어 올 때, 단편적이나마 영국 희곡작가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합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세계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성경과 그리스 로마 신화와 함께 인문학의 필독서 가운데 하나인 세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세계 곳곳 그의 공연이 올려지지 않는 ‘하루’가 없을 정도이니 온 지구가 사랑하는 작가라 말해도 될까요? 457년 전에 태어난 그의 이름은 오늘날까지도 회자가 되고 있고 희곡 38편, 소네트 154편, 장시 2편을 써낸 그를 동료 작가 벤 존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한 시대가 아닌 만세(萬歲)를 위한 작가’라고요. 정말이지 그는 영국이 자랑할 만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30년대 극예술협회에서 <베니스의 상인>의 법정 장면만을 다룬 공연이 올려졌다 합니다. 그 후 1951년과 1952년 한국전쟁 중에 죽음으로 치닫는 인간의 고통과 성찰을 다룬 4대 비극 중 <리어왕>을 제외한 <햄릿>, <오셀로>, <맥베스> 세 작품이 대구와 부산에서 성황리에 상연될 정도였다니 전쟁을 넘어선 ‘연극의 힘’이 대단하네요. 

  그러고 보니 춘천에서도 세익스피어의 공연이 올려졌었네요. 지난해에는 강원도립극단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작 그대로 춘천을 비롯해 강원도 5개 시·군 순회공연과 비대면 영상 트리밍을 하였습니다. 올해에는 춘천의 젊은 연극인들이 모인 극단 ‘이륙’에서 춘천연극제의 상설공연의 일환으로 ‘공지천 작은 무대’에서 <베니스의 상인>과 <로미오 & 춘향> 공연이 시민들과 만났습니다. 특이하게 <베니스의 상인>은 원작에 트로트를, <로미오 & 춘향>은 <로미오와 줄리엣>과 <성춘향전>을 각색하여 음악과 함께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네요. 이렇게 세익스피어 생명력은 원작의 힘으로 그리고 각색과 장르의 결합 등 새로운 창조의 원천으로 그 시대를 반영하며 이어 오고 있습니다. 

저도, 연극을 해오면서 세익스피어 작품 <맥베스>(2014년 국립극단의 배우)와 <리어왕>(첫째 딸 거너릴 역)을 하였네요. 그의 작품은 명대사들이 정말 많은데 <맥베스> (마녀/시녀 역)의 마녀들의 첫 장면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좋은 것은 나쁜 것, 나쁜 것은 좋은 것” 

 좋은 것도 나쁜 것도 공존하는 세상. ‘춘천사람들’ 여러분 모두 지금을 잘 이겨냈으면 합니다. 그리고 시대를 관통하는 명작들의 이야기 속에 우리들의 지금을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고전들이 본연의 모습으로 또는 새로운 방향으로 창작되어 많이 무대 위에 올려 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변유정 (연극 연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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