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삼경의 아뜰리에③

아침 같은 사랑 / 지은수 作 / 20호, 수채화, 2020

 아무리 밤이 어두워도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다. 이제 곧 새벽이 오고 해가 뜨리라 믿기 때문이다. 아침은 이렇게 희망과 함께 열린다.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온다는 이런 선험적 경험이 없다면 그 어둠은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문명은 이런 예측 가능한 일상 속에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코로나 사태는 곧 괜찮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뒤흔든다. 변종의 확산으로 끊임없이 흔들린다. 지치는 믿음은 꼭 속을 모르겠는 애인을 바라보는 일과 같다. 이런 우리들과는 달리 식물들에게 밤은 또 다른 양상이다. 밤이 없다면 식물들은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작고 힘없는 꽃들을 그리는데 수채화가 주는 질감은 특별하다. 물이 주는 물성에 기대는 일은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일과 닮았다. 한없이 여린 것들이 모여 이루어내는 위대한 사랑, 매일 아침 무릎 아래서 벌어지는 기적이다.

최삼경(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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