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해서는 집 못 산다” 인식에 가상화폐 등 일확천금 기대 커져…
금융이력 부족한 대학생,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은 비교적 쉽게 승인

불법 스포츠 토토와 가상화폐 투자를 위해 고금리 대출을 받는 대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다.

대학생 김 모(26) 씨는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스포츠 불법 토토를 즐겨왔다. 처음엔 대학 동기들과 가벼운 내기였다. 금액도 1만 원에서 5만 원 정도만 걸었다. 그러나 그는 첫 내기에서 50%의 수익을 거뒀고, 그 이후로도 쏠쏠하게 돈이 벌리자 5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까지 베팅했다. 이후 수익금을 포함한 용돈까지 모두 잃은 그는 지인들에게 소액을 빌리다 결국 금융권에 대출을 신청했다.

출처=프리픽

김 씨는 “고정 소득이 없는 대학생은 금융 이력도 적어서 원칙상 제1금융권 대출이 불가능하다. 급한 마음에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잃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돈을 자꾸 따니까 욕심이 생겼고, 또래보다 더 많은 돈을 갖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가 지인들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600만 원에 달했다. 용돈 외에는 수입이 없던 상황에도 저축은행은 쉽게 대출을 승인했다. 대출 이자는 19.8% 고금리로 책정됐다. 그러나 그는 불법 토토를 끊지 못해 더 많은 금액을 베팅하며 돈이 모자랄 때마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또다시 대출을 받았다. 현재 그의 저축은행 대출 잔액은 800만 원이 넘으며 국가장학재단 생활비 대출까지 합산하면 약 1천500만 원이다.

한편 뜨겁게 달아올랐던 가상화폐 투자 열풍도 대학생 대출 건수 증가에 한몫했다. 대학생 박 모(23) 씨는 ‘돈이 복사된다’는 가상화폐 추천 글을 인터넷에서 보고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었다. 박 씨는 “솔직히 일만 해서는 집도 못 사는 시대다. 앞날이 캄캄하고 취직도 불투명한데 코로나19까지 터진 마당에 코인은 일종의 구원 같았다. 아르바이트로 모아온 100만 원을 가상화폐에 투자해 단 4시간 만에 160만 원으로 불렸다. 말 그대로 돈이 복사됐다. 최저 시급으로는 꿈도 못 꾸는 속도였다. 미래가 창창해 보였다. 벌어들인 수익금을 또다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저축은행을 통해 1천만 원을 대출받아 가상화폐에 추가로 투자했다. 그러나 지난 4월, 가상화폐 대규모 폭락 장이 시작되며 그는 모아둔 돈과 대출금을 전부 잃었다. 박 씨는 “부모님께도 말씀드리지 못하고 빚을 갚고 있다. 고금리 대출이라 한 달에 이자만 20만 원가량이 빠져나간다. 학업과 아르바이트 병행이 힘들어도 신용 불량자가 되는 것이 무서워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지도 못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청년층의 신용대출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 레버리지 투자(주식·가상화폐 투자)가 지목됐다. 특히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중 청년층의 비중이 많이 늘어나 2020년 기준 청년 다중채무자 대출 잔액이 2019년 대비 16.1% 증가한 130조 원 규모에 이르렀다. 부실위험 등 악성 대출 가능성이 가장 큰 20대의 카드론 대출 잔액은 8조 원 수준으로 전년도보다 16.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청년층의 주식·가상화폐 투자 열풍으로 청년층의 대출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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