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민 인턴기자

돈 복사기.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가상화폐의 별명이다. 시세변동이 초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심할 경우에는 1분 동안 10배가 오르내리는 일도 있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이더리움, 리플, 픽셀 등 많은 가상화폐가 우후죽순 등장했다. 코인 거래소도 빗썸, 업비트, 코빗 등으로 다양하다. ‘돈이 복사된다’는 입소문은 사람들을 현혹하기 충분했다. 실제로, 돈이 복사됐다. 기자도 소액 10만 원을 코인에 투자한 적이 있다. 10만 원은 단 하루 만에 14만 원이 됐다. 48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수익률은 50%를 돌파했다. 100만 원을 넣었다면 50만 원을, 1천만 원을 넣었다면 500만 원을 벌 수 있었다. 혹여 가격이 내려갈까 싶어 매도 버튼을 누르자 투자했던 코인의 시세는 10분 만에 -24%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운빨 게임’이다.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투자가 도박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2월, 어플 페이코인으로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국내 6만 개 상점에서 결제할 수 있다는 소식이 발표되자 가상화폐 페이코인의 시세가 단 하루 만에 25배 이상 급증했다. 페이코인이 업비트에 상장된 이후 줄곧 200원 전후로 거래되다가 5천300원까지 오른 것이다. 그러나 지난 7월, 거래소 ‘업비트’에서 상장폐지를 맞이한 페이코인은 ‘빗썸’에서 새롭게 상장했다. 8월 6일 오전 10시 기준 페이코인의 시세는 545원이다. 페이코인 급등세에 편승한 많은 사람들이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잃었다.

시내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점점 가상화폐 투자가 과열되는데, 투자 안 하면 손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달 뒤 자영업자는 400만 원을 잃었다고 털어놓았다. 당장 인터넷에 ‘비트코인’ 단어만 검색하더라도 다양한 투자 후기를 볼 수 있다. 일하지 않아도 평생 먹고 살 만큼의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은 몇십억 원의 수익률을 인증했다. 그러나 지난 4월에 일어난 가상화폐 대폭락 이후의 게시글들은 꽤나 씁쓸하다. 모니터나 가구를 부수고 자살을 예고하는 글도 심심찮게 보였다. 실제로 4월 말,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마포대교 검색량이 폭증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관할 경찰서는 비상근무에 돌입했었다. 대부업을 통해 고금리 대출을 받은 후 다시 투자해 손해를 복구할 계획이라는 사람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는 ‘20대의 카드론 대출 잔액이 전년도보다 16.6% 증가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그야말로 광기의 현장이다.

현재 청년들 사이에선 ‘성실하게 일만 해서는 집 못 산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어른들이 당부하던 ‘근면·성실’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열심히 일해서 집도 사고 결혼도 할 것이라 말하면 바보 취급받는 시대가 됐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첫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세가격은 0.21%, 주택매매가격은 0.28% 상승했다. 매주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부동산 어플 ‘다방’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 원룸의 평균 전세가격은 약 1억6천800만 원이다. 반면 지난 7월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들의 첫 일자리 임금은 평균 150만 원에서 200만 원이다. 청년 전·월세 보증 대출을 통해 청년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1억 원이다. 사회 초년생이 부모의 도움 없이 전세 원룸을 구하려면 전·월세 보증 대출을 100% 받아도 월 200만 원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3년을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일확천금, 불로소득은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게 다가온다. 특히 투자금액에 따라 연봉을 웃도는 돈을 벌 수 있는 가상화폐는 구원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과열되는 ‘돈 복사기’는 현재 청년들의 암울한 심정을 묵묵히 보여주고 있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