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춘천과 강릉을 비롯한 5곳이 제2차 문화도시로 지정되었다. 문화도시 지정은 문화관광체육부가 문화도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2021년 새해부터 ‘문화도시 조성’ 사업을 본격 지원한다. 문체부는 이미 2019년 12월에 원주 등 7개소를 1차 문화도시 대상지로 지정하고, 2020년 1차 연도에 국비 90억 원(도시별 약 12억 8천7백만 원) 문화도시 조성을 지원한 바 있다. 이번 제2차 문화도시 지정으로 전국적으로는 총 13곳, 강원도 내에서는 도시 세가 큰 춘천, 원주, 강릉 3곳 모두가 문화도시가 된 셈이다. 

춘천에서는 문화도시로 선정되자 축하 현수막이 시내 곳곳에 내걸리기도 했다. 시에서도 문체부에서 지정받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지 ‘법정’ 문화도시가 되었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프랑스에서는 부자들이 돈 자랑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문화도시라고 스스로 외치지 않아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문화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애써서 외쳐댈 일이 무엇 있겠는가? 문화도시로 선정된 것은 축하받아 마땅하지만 진정한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비전 못지않게 성찰 또한 중요하다. 

춘천은 원래 오래전부터 문화도시였다. 그것도 국가 공인 문화도시였다. 1995년 춘천이 ‘올해의 문화자치단체’로 선정된 적이 있다. 그런데도 25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전환’이라는 이름을 붙여가며 문화도시에 도전하게 되었는가? 그것은 그동안 춘천이 문화의 도시가 아니었다는 방증이 아닐까? 마임축제와 인형극제와 같은 국제적 축제의 명성도 예전과 같지 않고 시민들의 참여 역시 그러하다. 지자체의 무관심과 새로움 없는 무한 반복 재생의 콘텐츠, 문화예술인의 충원이나 재생산의 실패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문화도시의 설계가 성찰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면 춘천시가 새로이 꿈꾸는 문화도시는 어떤 것인가? 우선 전환(turn)이란 단어가 눈에 띈다. 문화예술 인력, 의사결정, 도시 연결, 공간 쓰임, 축제형태, 유연한 사고, 가치 확산, 생활에서의 만남, 관계의 확장 등 9개 차원의 전환을 얘기하고 있다. 전환이란 영어에서도 '방향을 바꾸는 것'을 의미하고, 우리말에서도 '방향이나 상태가 바뀌거나 바꾸는 것'을 뜻한다. 아마 그간의 침체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정한 표현일 것이다. 

전환 문화도시를 추구한다니 그 전환의 내용에 대하여 몇 가지 보태고자 한다. 우선 문화를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의 양식이라고 폭넓게 정의한다면, 문화를 문화예술이라는 문예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전국의 문화원이 그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역사탐구에만 골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양식이 고양되고 삶의 질이 나아지는 것이 진정한 문화도시의 면모가 아닐까. 현재 춘천에서 이런 의미의 문화가 있기는 한 것인가? 산과 강을 바라볼 수 있던 호반의 도시에 걸맞던 조망은 시의 원칙 없는 정책으로 마천루를 닮은 고층아파트에 다 막혀 버렸다. 모두가 즐기던 일상의 조망권은 고층아파트 입주민의 특권이 되어버렸다. 

몇몇 사람들이나 특수한 집단, 계층이 주도하고 누리는 문화만이 있는 도시. 그런 도시를 우리는 문화도시라고 하지 않는다. 아니, 그런 문화도시를 원하지 않는다. 춘천이 꿈꾸는 문화도시로의 전환도 그들만의 문화도시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도시가 살롱, 시그널 페스티벌, 라운드 테이블, 어바웃 타임, 라이프스타일 코칭연구소, 일당백 리턴즈, 아트플러그, 리아트 프로젝트, 축제 아카이빙, 축제 허브마켓, 워킹그룹... 춘천시의 ‘문화도시 조성계획’에 등장하는 용어들이다.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다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는 시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전환 문화도시에 혹여 문화예술인이나 눈 밝은 동호인, 활동적 시민들만 있고 우리가 매일 만나는 이웃들은 빠져 있지나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문화도시의 도시라는 말 때문에 9개나 되는 춘천의 읍면지역 주민들이 소외되거나 배제되어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기 바란다. 전환 문화도시로서의 춘천은 문화예술 도시뿐만이 아니라 우리 삶의 양식이 문화적으로 승급되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도시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모두는 아니더라도 대다수가 함께하는 문화가 있는 문화도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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