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자 매운순대가

대서, 입추가 지났다. 올해도 역시 불볕더위의 기승으로 끝날 것 같지 않던 여름이더니 아침, 저녁으로 제법 찬 바람이 불고 찌르라미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너무 더워 먹거리 선택에도 고민이 많았다. 시원한 콩국수, 냉면, 막국수가 단골 메뉴였다. 오늘은 용기 있게 점심 메뉴로 뜨거운 국물 음식을 선택했다. 여름내 차가운 메뉴만 먹다가 자연스레 뜨거운 국물이 그리웠나 보다.

번개시장 안에 있는 아담한 한옥의 ‘조부자 매운 순대가’를 찾았다. 조씨 부자가 사업을 시작해서 붙인 전문 순댓국 체인점이다. ‘조부자 매운 순대가’ 뒤로는 봉의산 자락의 수목이 우거졌고, 마당 입구에는 옹기종기 화분과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정겹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넓지 않은 실내에는 다섯 좌석이 있고, 주인장의 성실함과 정성이 가늠되는 깔끔한 분위기다.

펄펄 끓는 순댓국이 나왔다. 솔솔 생부추를 얹고, 후춧가루, 고추기름, 들깨를 듬뿍 뿌려 각자 취향대로 양념해서 먹는다. 맛있고, 담백하고, 시원했다. 공깃밥을 과감하게 말아 땀을 뻘뻘 흘려가며 국물까지 들이켰다. 김치, 깍두기까지 일품이다.

주인장 최미화 대표는 2004년에 시작한 영업이 코로나로 손님이 많이 줄고, 영 사는 재미가 없다고 한다. 다행히 월세 없는 자가주택이라 겨우 연명하고 있지만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길 간절히 바랐다. 최미화 대표 혼자 장사하니 배달 영업도 여의치 않다고 한다. 인건비도 안 나온다는 자영업자의 안타까운 심정을 대변했다.

그래도 외길 인생, 단일품목인 순댓국을 만들고자 최선을 다한다며 깔끔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고 말했다.

“사장님만의 음식 비법은 뭔가요?” “고기를 삶고, 다시 식혀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위에 굳은 기름기를 완벽히 제거해요. 다른 집은 귀찮아서 하지 않는 작업이에요. 그래서 손님들이 저희집 순대 국물맛은 유난히 담백하다고 해요. 은근히 알아주는 단골들이 많아요.”라고 영업 노하우를 공개했다. 힘은 들어도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다 먹는 손님들의 ‘맛있다’라는 말 한마디의 칭찬에 보람도 느끼고 힘을 얻는다고 했다.

단일 메뉴인 순댓국은 가격도 엄청 착하다. 주변에 전계심의 비석, 문화의 거리 등, 볼거리도 쏠쏠하다. 매미, 풀벌레 소리 요란한 봉의산 자락에서 여름내 찬 음식으로 지치고 냉한 속을 달래보자. 단백질 보충으로 가성비 최고인 ‘조부자 매운 순대가’를 강추한다.  

소양정길 18-1 / 253-3471

김현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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