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 (가족상담전문가 심리상담사)

필자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 중에는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 버린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어린아이로서 마땅히 행복을 누려야 될 때 누리지 못했던 사람들, 아프고 힘들 때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괜찮은 척 지냈던 사람들,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했던 사람들, 슬플 때 슬픔을 표현하지 못하고 삭이기만 했던 사람들로 자기 자신 안에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품은 채 빨리 어른이 된 사람들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삶의 스토리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곳이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끊임없이 무의식적으로 탐색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갖거나, 반대로 무장해제를 통해 통제되지 않은 삶을 살기도 한다. 나는 여유가 없고 늘 긴장하며 타인을 의식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면 갑각류의 딱딱한 등 껍질이 떠오른다. 딱딱한 등껍질과는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속살을 품고 있는 게나, 굴이나 조개 속의 숨어있는 부드러운 살들은 마치 자신의 연약함을 감추기 위한 나름의 방어막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마음속 여리고 살짝만 긁혀도 상처가 나는 속살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방법. 그것이 바로 자기만의 담을 쌓고 누구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는 보호막으로 자신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바로 내면에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품은 사람들이다. 필자는 그러한 사람들이 꽁꽁 숨겨두었던 비밀의 문을 열고 자기 삶의 스토리를 안전하게 드러내며 눈물을 통해 회복의 치유자가 되도록 하고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자기의 연약함을 보인다는 것이 경쟁 사회에서 도태되고 뒤처지는 것으로 생각해 애써 감추고 에너지를 두 배로 소비하며 포장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두려워하는 걸림돌들이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향한 디딤돌이 되게 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생각해 본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고비를 만나게 된다. 관계라는 고비, 환경이라는 고비, 자신과의 고비 등…. 크고 작은 고비를 마주하며 극심할 정도의 아픔을 겪기도 하지만 그 고비는 결국 어떤 일을 만들고 넘어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높은 산에 오를수록 계곡의 깊이는 더 깊을 수밖에 없고, 깊은 계곡일수록 시원하며 맑은 물을 흘려보낸다.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난 신조어를 보면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알 수 있다. 코로나블루(Corona Blue)에 이어 코로나 레드(Corona Red) 급기야 코로나 블랙(Corona Black)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울에서 분노 그리고 절망으로 이어지면서 또 다른 어린아이를 품으려 할 때 손 내밀어주고 싶다.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나오는 부드러운 조개 속의 살처럼 한번 나와보지 않을래? 그래도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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