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호숫가 학교에 스승의 날이 찾아왔다. 시인은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이었다. 학생들에게 뜻있는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오래전부터 내게 졸랐다. 나는 어렵지 않게 약속하였건만 그는 잊을만하면 전화를 주곤 했다. 내 기억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나름 애정의 표현이었다. 그가 학생들과 나누는 애정을 시 하나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때로 야콘을 파 헤집고 / 고구마의 굵은 야심작을 찌고 / 옥수수의 음률을 뜯으며’ 그들의 시간도 익어갔다는 걸 충분히 알겠다. 이런 구체성이 없었다면 적당히 감상을 자극하는 시로 존재했으리라. 그의 시는 구체성을 얻었고, 그의 학생에게는 두고두고 꺼내 즐길 수 있는 보물이 되었다.

한승태(시인)

 

 

: 내린천에서 태어나 시집 <사소한 구원> 외 2권이 있고
애니메이션 평론집<#아니마>가 있다.
춘천에서 조용히 시 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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