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곡은 7월 29일 유튜브 채널 ‘백자TV’에 올라온 ‘나이스 쥴리’의 가사이다. 이 곡은 민중문화 활동가인 ‘우리나라’팀 소속 백자의 신곡으로 노래 속에 등장하는 ‘쥴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한 ‘X파일’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가수 백자는 ‘[M/V] 나이스 쥴리 (뮤직 비디오)’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을 업로드하며 “생애 두 번째 뮤직비디오를 풍자송으로 찍었다”면서 “후대에 ‘쥴리전’이라는 판소리가 전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소개하기까지 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한 ‘[M/V] 나이스 쥴리 (뮤직 비디오)’의 조회 수가 올라가면서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에서는 8월 10일, 가수 백자와 노래패 ‘우리나라’에게 사과와 성찰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의 입장문에는 ‘민주노총은 노동운동의 성취를 위해 혐오를 수단으로 삼지 않는 조직이다. 백자가 혐오를 조장한 것은 줄리라는 특정인이 아니라, 여성 집단 전체에 대한 조롱과 비난을 조장한 여성 혐오이다. 가부장 사회는 보호할 여성과 보호할 가치가 없는 여성으로 나누고 이를 통해 여성을 통제하고 폭력을 정당화했다. 누구도 이런 잣대로 여성을 가르고 폭력을 정당화하면 안 된다는 점을 무수히 밝혀왔음에도 민중문화운동 진영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이스 쥴리’는 7월 28일 서울 종로의 한 중고서점 벽에 그려졌다 지워진 벽화와도 여성 혐오의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쥴리’라는 여성을 ‘풍자’를 빌미 삼아 여성이 성접대를 통해 권력을 탐하고 국모를 꿈꾼다는 극단의 여성 혐오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백자가 희롱한 것이 윤석열 전 검찰청장을 둘러싼 의혹들이 아니라 여성성 그 자체였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백자가 풍자해야 했을 것은 쥴리가 아니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반민중적, 반민족적 행태였어야 했다. 본질을 벗어나 방향성을 잃은 풍자는 다른 존재에겐 폭력일 뿐이다. 그림이 화가의 손을 떠나 벽에 걸리고 노래 한 곡이 작곡가의 손을 떠나 대중에게 불려지는 순간 창작자인 그들에게는 이미 사회적 책임이 있는 것이다.

‘나이스 쥴리’는 지금도 백자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는 조회 수를 올리며 여과 없이 퍼지고 있는 중이다. 이 채널에 브레이크를 걸 사람은 현 사태에 대해 성찰하는 백자여야 한다. 그 간 민중문화 활동가로서의 공과를 겸허히 내려놓고 시대가 예술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면밀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지속적인 여성주의적 자기검열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던져진 과제다. 차별과 불평등의 전면에서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차별 없는 민주주의를 완성해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났다 사라지는 여성 혐오들은 개인과 사회적 성찰이 없다면 무한 반복될 수밖에 없다. 나는 백자와 노래패 ‘우리나라’가 사회적 책임을 질 줄 아는 민중문화 활동가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대중 앞에 하루속히 공식적인 사과문을 내고 성찰의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지은희 (춘천여성협동조합 마더센터 조직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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