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삼경의 아뜰리에④

소양강 쏘가리 상 / 유관선 作 / 사진, 2020

바다에 물이 없거나 물고기가 없는 세상은 어떨까. 마찬가지로 나무 하나 살지 않는 산은 또 어떠할까. 너무 흔하면 없는 것과 같다. 없어서 못 쓰는 게 아니라 써도 써도 또 있다고 믿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털같이 많은 것이라고 믿었던 시간도 사랑도 공기도 물도 노루 꼬리처럼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은 쓸쓸하다. 제 발등을 찍는 사람들, 누가 누가 잘 찍나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발목잡기에 누구도 달아나지 못하게 되겠지. 소양강 쏘가리 님은 잘살고 계실까. 일찍이 밀리터리 룩 패션을 몸소 실천하신 데다가 외래어종인 베스와 블루길에 맞설 토종의 최강 전력으로 꼽히는 존재. 호수에 비친 하늘을 보자니 어쩌면 지구에 있던 모든 생명들이 다 하늘로 망명을 하겠구나 하는 오후이다. 길쭉한 나이프로 쓱쓱 긁은 구름은 또 무슨 가르침을 내리시는가. 이 모든 것을 그윽하게 담는 사진가의 시선은 또 어떤 경지일까.

최삼경(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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