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추행에 이어 점주 속이고 모임인원 제한 수칙 위반
배달앱 이용한 악성리뷰·별점테러로 자영업자들 고충 더해

일명 ‘진상 고객’에게 고통받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동작구의 한 분식집에서 음식을 주문한 고객이 다음날 ‘새우튀김 색깔이 이상하다’며 전액환불을 요구했다. 분식집 점주 A씨는 고객에게 새우튀김 1개만 환불해주겠다고 답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고객은 배달앱을 통해 A씨의 매장에 악성 리뷰와 별점테러를 남겼다. A씨는 해당 고객과 3차례 통화하는 과정에서 폭언을 듣고, 배달앱 업체의 환불요구 전화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매장에서 쓰러졌다. 결국 A씨는 급성 뇌출혈 판정을 받고 3주 만에 숨졌다.

폭언·폭행 외에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새롭게 등장한 진상고객 유형도 있다. 우두동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반말을 하거나 없는 메뉴를 달라고 하는 진상 손님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애를 먹는다. 단골이라며 서비스를 강요하거나 서비스를 주지 않으면 기분 나쁘게 말을 하는 손님도 있다. 장사 초기에는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에게 성추행을 당한 일이 있었다. 가게 내에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손님은 끝까지 ‘아르바이트생 교육을 어떻게 하는 거냐’며 으름장을 놓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코로나19 이후 모임인원 제한 규정을 요령껏 피하겠다는 예약 전화도 온다. 8명 단체 손님인데 4명씩 따로 앉고 서로 모른 척하겠다는 식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일행이 아닌 척 매장에 방문하는 사례가 많다. 시내의 한 카페는 따로 온 손님인 척하면서 몰래 합석한 손님들 때문에 150만 원의 범칙금을 내야 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음식 수요가 늘면서 ‘리뷰 갑질’에 시달리는 사례도 빈번해졌다. 시내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서비스와 음식의 질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아닌 그저 비난에 가까운 리뷰가 달린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우울해져 가게를 일찍 닫는 일이 종종 있었다. 악성 리뷰를 막을 방법도 없고, 우선 고객이 갑인 시스템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배달의 민족 레전드 리뷰 모음’ 등의 글을 찾아보면 다양한 악성 리뷰 사례를 볼 수 있다. 특히 한 배달음식점에 별점 1점과 함께 ‘응 느금마(상대의 어머니를 비하하는 표현)’라는 리뷰를 남긴 진상 고객은 네티즌 사이에서 한 차례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해당 리뷰에 대해 누리꾼들은 ‘사업자들도 고객을 평가하게끔 업체에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배달앱을 통해 시내 배달음식점 리뷰를 살펴보면 악성 리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시내 김치찌개 배달음식점 리뷰에는 ‘양이 너무 많네요. 어쩐지 비싸더라구요’라는 글이 달렸다. 또한 돈가스 배달음식점에는 ‘다시 시켜 먹으면 내가 개다’, 중국집에는 ‘ㅎㄷㄷ ㅋ’이라는 리뷰가 별점 1점과 함께 달렸다. 이에 배달어플 ‘쿠팡이츠’는 악성리뷰 신고 절차 간소화 등 악성 리뷰를 방지하는 상생방안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타 업체도 악성 리뷰 대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지난 4월 8일 발표한 ‘2020년 O2O 서비스 산업조사’에 따르면 이사·퀵서비스·음식배달 등이 속한 ‘운송 서비스’ 분야의 거래액이 약 35조 원으로 2019년(약 28.5조 원)에 비해 23.7% 증가했다. 과기정통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상품배송·음식배달 수요 급증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우아한형제들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연간 배달 거래액은 15.7조 원으로 2019년 8.8조 원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늘어난 주문량에 따라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갈등이 더욱 잦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황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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