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과 같이 광복절이 국경일이 된 것은 1949년 10월 1일 공포, 시행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 것이다. 그러니까 광복절은 실제 해방이 이루어지고도 수 년이 지난 뒤에 국경일이 된 것이다. 미군정이 들어서고 정부가 수립된 이후에 논의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법률 초안에는 독립기념일로 기술되었으나, 국회 본회의 과정에서 국경일의 명칭이 ‘헌법공포기념일’은 ‘제헌절’로, ‘독립기념일’은 ‘광복절’로 바뀌었다. 

그러면 해방, 독립, 광복이란 용어 중에서 왜 광복절이라는 용어가 채택된 것일까? 해방절이나 독립기념일이 아니고 광복절로 명명한 이유는 무엇인가? 잠시 역사 여행을 따나보자. 광복절이란 명칭은 대한민국 초대정부인 이승만정권과 그를 뒷받침하는 민족주의 진영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실제 세 용어 중에서 오늘날 그 사용빈도가 가장 낮은 말이 광복이다. 광복회, 광복군 같은 단어는 과거완료형 고유명사로만 드물게 사용되고 있다. 빛을 되찾는다는 은유 가득한 표현인 광복절이 채택된 데에는 그들 정치세력이 자주 사용하던 용어이기도 하거니와 정치적 의미가 덜 담긴 무미건조한 표현이기 때문이 아닐까?

일제강점기나 해방공간에서 사회주의 세력이 해방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했으므로, 해방절은 처음부터 제외되었을 것이다. 실제 ‘민족해방’이라는 용어는 피지배 민족이 정치적 독립을 통해 사회주의 국가가 되는 것을 의미해, 한 때 운동권세력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기도 하였다. 정치적 독립만으로는 민족이 해방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그러면 초안에 들어있는 독립기념일은 왜 제외되었을까? 실제 일제강점기 하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던 단어가 독립이다. 이 용어를 배제한 근거로 우리가 예전부터 독립국가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역사상 최초의 독립이 아니라 것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일제의 36년의 강점의 역사도 사실이고, 그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은 독립인 것이다. 그리하여 독립으로 쟁취한 국가는 독립국가이다. 조선으로 왕정복고하는 독립이 아니라면 그 근거는 미약하다. 조선을 근대 국가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미국은 7월 4일을 그들의 독립기념일이라고 명명한다. 이에 비추어 보아도 우리의 광복도 독립기념일로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못한 것은 근본적으로는 해방공간에서 임시정부 독립운동 세력의 약화된 정치적 입지가 이유일 수 있겠다. 이승만 정부는 독립기념일로 이름지을 때 일어날지도 모를 정치적 정당성 내지 정통성의 훼손을 염려하지는 않았을까?  

해방이나 독립보다 사용빈도가 낮은 광복은 보통명사로서의 뜻을 살펴봐도 애매모호하다. 광복은 빛을 되찾는다는 뜻이니, 확대해석 해줘도 빼앗긴 주권을 도로 찾는 정도이겠다. 이에 비해 해방이나 독립은 그 뜻이 더욱 분명하다하겠다. 해방은 구속, 억압, 부담 따위에서 벗어남을 뜻한다. 노예해방을 생각해보면 금방 알 일이다. 독립은 다른 것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아니하는 상태로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국가단위에서 언급될 때는 어떤 민족이 다른 국가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주권국가로 독립하는 정치적 의미를 더하게 되는 것이다. 

8·15가 광복절이 아니고 해방절이나 독립기념일이었더라면 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랬더라면 개인은 존엄한 독립적 존재로 대우받지 않았을까? 사회는 폐쇄와 억압을 벗어나 해방사회에 한층 더 다가가지 않았을까? 해방과 독립을 광복이라 부르며 오늘에 이르렀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다지만, 만약 광복절 대신 독립기념일이라는 이름으로 76년째를 맞이하면 어떠했을까? 지금 사법부의 독립도 삼권분립으로서 독립이 아니라 그들 맘대로 하는 훼손된 독립의 의미를 가지게 된 것도 독립을 바로 세우지 못한 탓은 아닐까? 개인의 인권과 존엄이 파괴된 사법부의 판단을 보고 있자니 더욱 그리운 해방이자 독립이다. ‘정경심이 4년이면, 자소서를 다듬어주는 고교 교사들은 10년이다.  표창장이나 훈장을 받기 위해 공적조서를 쓰는 공무원도 10년이다’라는 자조가 들린다. 공정과 정의의 문제도 다 아직 독립과 해방을 이루지 못한 탓에 벌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광복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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