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에릭 와이너 지음 / 어크로스 펴냄

“지식은 토마토가 과일임을 아는 것이다. 지혜는 과일 샐러드에 토마토를 넣지 않는 것이다” 지식은 안다. 지혜는 이해한다. 철학은 지식 체계가 아니라 하나의 사고방식, 존재의 방식이다. ‘무엇’을 이나 ‘왜’가 아니라, ‘어떻게’이다. ‘어떻게’는 넘쳐나는 과잉정보 시대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방식. 번거롭고 골치 아픈 단어다.

여기 열네 명의 철학자가 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인생살이 망망대해에서 닻이 되고 키가 되는, 대항해의 조력자들. 에릭 와이너는 기차여행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빌려 통통 튀는 유머와 속 깊은 통찰로 이 항해의 동반자가 되어준다. 새벽, 정오, 황혼이라는 단어의 맥락이 보여주듯, 인생의 변곡점 고비 고비마다 끊임없는 질문을 퍼붓는다. 대체 어떻게 살거니?

키케로의 말대로 철학을 하늘에서 끌어 내려 마을에 정착시키고 집안으로 불러들인 소크라테스에게 앎을 들여다보는 진정한 창문은 눈이 아니라 질문이다. ‘ignoramus!’ 우리는 모른다. 그러므로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일갈한다. 에피쿠로스가 진단한 헬레니즘 시대 아테네인들은 해롭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욕망한다고 판단했다. 그가 말한 쾌락은 긍정 정서의 차원이 아니라 결핍과 부재의 관점이었다. 향락주의가 아니라 평정주의. 많이 가진 것이 진정한 풍요인지를 하이퍼 소비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되묻는다. 

웃음과 춤을 찬미하고, ‘위험한 삶을 살아라’를 모토로 삼았던 정신의 비행사. 서양철학의 나쁜 남자이자, 선견지명으로 가득 차 무시할 수 없는 날라리 니체가 말하는 ‘성공’이란 자기 운명을 철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성공의 모습은 시지포스의 행복이다. 운명을 사랑하라. 아모르파티! ‘본성이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임을 주장한 보부아르는 하나의 인간 본성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오로지 각기 다양한 사람의 행동만이 있을 뿐이라고 우리를 위로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루소, 헨리데이빗 소로, 쇼펜하우어, 시몬베유, 간디, 공자, 세이 쇼나곤, 에픽테토스, 몽테뉴, 동서양을 넘나드는 풍성한 철학적 논쟁들과 짙은 사유, 지루할 때마다 졸음을 깨워주는 유머와 위트가 가득한 이 책은 왜 이토록 오랜만에 철학책이 베스트셀러의 지위를 획득했는지를 증명한다. 은유와 수사로 가득 찼을 원문을 술술 읽히게 만든 번역의 탁월함에 감탄한다. 무더운 여름, 삶이 찌질해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의 마지막 경구. “처음부터 다시 한번, 다카포!”

류재량(광장서적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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