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삼경의 아뜰리에⑤

꿈 / 이종우 作 / 116.8×91cm, 아크릴&혼합재료, 2021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꿈을 꾸지 않는다. 꿈을 꾸지 않으니 잠은 그저 기록되지 않는 불모의 시간이다. 꿈은 몸이 아니면 움직일 수 없는 뇌가 부리는 요술이다. 그렇다고 몸을 뺀 창백한 관념만의 세계는 아니다. 우리 사회에 꿈이 사라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꿈은 어디로 갔는가. 혹여 약동하는 몸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은 아닐는지. 평생 소를 그려 온 이종우 화백의 소를 보자니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나오는 소가 떠오른다. 쏟아지는 총탄에 분노하는 소. 잘못된 권력자들의 폭력에 항거하는 소. 오늘 날 소의 처지로 보자면 요사이처럼 비참한 시절은 없을 듯하다. 오로지 고기를 내고 우유를 빼기 위해 먹는 것조차 레시피로 조절되는 생애. 냇물을 따라 걷듯 게으르게 되새김질을 하며 훠이훠이 밭고랑을 내던 풍광은 아주 옛날이 되었다. 혹시 꿈이 사라진 일이 작금 소의 처지와는 연관이 없을까. 소를 그리는 화가는 죄가 없다.  

최삼경(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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