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 / 양창모 / 한겨레출판

‘좋은 의사는 좋은 삶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막연한 신념을 가지고 공중 보건의 생활을 했던 그가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커먼즈필드(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로 향했다. 춘사톡톡 사람들과의 만남을 위해 강원도의 왕진 의사인 그는 두 발로 힘껏 페달을 돌리며 북 토크 시간에 맞추어 도착했다. 

얼마전 춘사톡톡에서 함께 읽을 책으로 선정된 이 책은 우리의 이웃이자 소신 있는 의사로 익히 알려진 양창모의 왕진 이야기를 담은 첫 에세이다. 평범한 에세이가 결코 아니다. 왕진을 통해 단지 환자만이 아닌 사람들을 보게 되고 그들의 삶을 공감하는 진실된 아픔의 현장 이야기이다. 

한 평 반 남짓한 진료실에서 환자를 마주하는 의사는 질병만 볼 수 있지만, 고개 넘고 좁은 길을 지나 찾아가야 만날 수 있는 환자를 마주하는 의사는 그들의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찾아가야 보이는 세계인 셈이다. 선한 의사 양창모는 지금까지 600회가 넘는 왕진을 통해 만난 한분 한분의 어른거리는 얼굴들을, 그리고 그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의료와 진료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의미가 되어 버린 한국 의료의 문제점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시스템이라는 장벽을 탓하면서도 스스로 그 장벽을 이루는 한 장의 벽돌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 개인들이 있는 한, 시스템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비단 의료체계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의료에 문외한인 나와 같은 사람도 스스로 벽돌이 되어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보다는 사람으로 보아주는 의사를 만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운이 좋다면 미래에 노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요즘같이 불안한 세상에서 정말 운이 좋다면 말이다. 예측하지 못한 아픔이 언젠가는 우리에게도 찾아올 것이다. 아픔이 점점 우리를 마중하고 있는 세계에서, 나는 아픔을 그저 멀~리 배웅하고만 싶은 이기적인 인간일지도 모른다. 

진실을 찾아가는 좋은 사람 양창모를 우리는 늘 응원하기로 다짐했다!!

 안수정(춘사톡톡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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