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대 간호사 78.5% 인력부족 호소… 5명 중 4명 이직 고려
간호사 OECD 평균 8.8명, 한국 6.9명… OECD 평균 4/5 수준
부족한 인력과 과도한 업무량으로 2년 이내 퇴직률 40% 넘어

코로나19 상황에서 공공의료 강화와 의료진 확보가 시급하다는 이야기 높아지고 있다.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노조’)은 의료현장의 인력확충과 교대제 개선은 국민 생명·건강, 방역안보 구축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OECD 평균의 수준도 못 되는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최악의 야간교대 근무조건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악한 근무조건은 높은 이직률과 업무량 증가, 노동 강도의 심화, 번 아웃으로 이어져 또다시 인력부족을 낳는 악순환이 수십 년간 누적되고 있다며, 국민 건강과 환자안전을 위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간호사 인력부족으로 이직 고려

보건노조는 3교대 간호사 78.5%가 인력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5명 중 4명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노조 노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직 고려율은 3교대 80.1%, 야간근무 전담 70.7%, 2교대 68.2%, 통상근무 64.6% 순으로 나타났다.

보건노조는 지속할 수 있는 교대근무를 위해 야간근무를 축소하고,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 근무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3교대 간호사의 월평균 밤 근무는 6번이 43.7%, 7번이 20.8%로 밤 근무 업무량이 많다는 응답이 53.7%로 절반 이상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07년에 야간근무와 교대근무를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지속 가능한 교대 근무제를 위한 인원확충을 통한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 근무제 도입이 시급하다. 

보건노조 관계자는 “보건의료산업은 24시간 노동을 하며 야간노동, 고강도 노동, 장시간 노동, 감정노동, 인력집약 노동 등의 특성을 갖는다. 환자안전을 위한 의료서비스 질·전문성·숙련도 향상과 장기근속과 이직률 감소, 일과 생활의 균형, 노동자 건강과 안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보건의료산업부터 주4일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간호인력 확충 위한 대책 필요

일각에선 1999년에 도입된 이후 20년이 넘도록 바뀌지 않은 간호등급제 인력 기준을 근무조별로 실제 환자를 간호하는 1인당 환자 수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정부 차원에서 간호인력 확충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등급 기준을 세분화하는 등 인력 문제를 제도적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에서 의료·돌봄현장은 여전히 열악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획재정부의 인력 통제, 사립대병원의 비정규직 해고·재입사 반복으로 인력부족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간호사 인력부족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를 위해서는 간호사 1명당 환자 수를 7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연대본부는 보건의료인력 확보 및 보호를 위해 교대근무자 주 4일, 32시간 근무를 요구하고 있다. 

한지연 의료연대본부 강원대학교병원 분회장은 “일반병동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12명을 넘지 않도록 하고, 응급상황 대처와 환자안전 보장을 위해 환자 수와 상관없이 병동 단위 근무조별 간호사 수는 최소 2명이어야 한다. 중환자실은 환자 2명당 간호사 1명 이상이 되어야 한다.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를 위해서는 최소 3명의 간호사가 있어야 한다. 외상 응급실은 환자 1명당 간호사 1명을 배치해야 한다. 신생아 집중치료실과 관상동맥환자집중치료실은 환자 2명당 간호사 1명, 응급실·소아과병동·분만실은 환자 4명당 간호사 1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간호인력 문제는 열악한 근무조건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천 명당 활동 간호인력은 OECD 평균 8.8명, 한국은 6.9명으로 대한민국의 인구당 간호 인력은 OECD 평균의 5분의 4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한국은 간호조무사 수가 OECD 평균의 2배가량 많다. 인구 당 간호사 수로만 따지면 OECD 평균의 2분의 1 이하다. 2016년 기준으로 인구 1천 명당 한국의 간호사 수는 평균 3.5명으로 OECD 평균 7.2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7년 한국의 인구 1천 명당 병상 수는 12.4개로 OECD 평균 4.7개의 2.6배다. 이를 고려하면 병상당 활동 간호사 수는 OECD 평균의 18.6%, 즉 5분 1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곧 한국 간호사들이 OECD 국가들의 간호사들보다 평균 5배 이상의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다는 의미다. OECD 국가들과 한국의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비교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호사들은 미국보다 약 3배 이상의 환자를, 중·소병원 간호사들은 8배 이상의 환자를 본다고 알려졌다.

한국의 활동 간호사 수가 부족한 원인은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간호사들의 이직 및 퇴직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 간호사 이직률은 2019년에 15.4%에 달했고 특히 신규간호사의 경우 이직률은 45.5%에 달했다. 병원에 새로 들어온 간호사 중 절반이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이직하고 있는 실정이다. 높은 이직률로 병원에는 간호사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할 뿐 아니라 업무능력이 좋은 중간 연차 간호사들이 부족하다. 이직한 간호사들의 자리는 대부분 신규간호사들만으로 채워진다. 한국의 1~5년차 활동 간호사가 전체 활동 간호사의 69.1%로 기형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근속연수가 높을수록 활동 간호사 수가 급감하고 있다.

■ 낮은 보수가 이직의 주요 원인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간호사 7천270명에게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요양기관 근무 간호사의 최근 이직 사유는 ‘낮은 보수 수준’이 21.23%로 가장 많았고, ‘과중한 업무량’ 15.54%, ‘열악한 근무환경’ 10.29%의 순서로 나타났다. 결국 과중하고 열악한 근무환경에 비해 임금이 낮은 것이 간호사의 높은 이직률의 원인으로 나타났다.

간호사 평균수입은 월329만 원, 중위소득 308만 원, 신규간호사의 경우 월평균 276만 원, 중위소득 28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의 평균 간호사 임금은 전체 임금노동자 평균임금의 1.1배 수준이다. 대한민국 임금노동자의 2018년 월평균소득은 297만 원, 중위소득은 220만 원(통계청)이다. 즉 간호사 월평균 소득 329만 원은 임금노동자 평균 297만 원의 1.1배인 327만 원 수준과 비슷한 수준이다.

간호사 임금 수준은 지역별로도 차이를 보인다. 대도시, 중도도시, 농촌 지역별로 격차가 있으며 행정구역별로도 격차가 존재한다. 월평균 총수입이 대도시는 355만 원, 중소도시는 324만 원, 농촌지역은 318만 원이다. 즉,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간호사 평균수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소도시와 농촌 병원들은 인력난에 이어지고 있다. 

같은 지역 병원도 임금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강원지역 한 국립대학병원과 사립대학병원 연봉 차이가 평균 600여만 원 차이가 난다. 1년 차는 800여만 원, 5년 차는 660여만 원, 10년차는 350여만 원이 차이를 보인다. 경력이 쌓이면, 격차는 줄어들지만, 국립대학병원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 간호사 평균 근무연수 5.4년

대한간호사회에 따르면 입사 후 1년 이내 간호사 이직률은 상급종합병원이 29.8%, 종합병원이 38.2%다. 3분의 1에 해당하는 간호사들이 부족한 인력과 과도한 업무량으로 병원을 떠난다.

의료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간호사 평균 근무연수는 5.4년, 이직률은 16.9%다. 2년 이내 퇴직률은 40%가 넘는다. 일선 간호사들은 의료취약지역에서 간호사가 모자란 이유로 △업무강도에 비해 낮은 임금 △업무 스트레스 △3교대 업무로 인한 육체적 피로 등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들었다.

강원지역의 한 대학병원은 원활한 의료서비스를 위해 간호사 정원을 꾸준히 늘려왔지만 필요한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를 지역 간 임금 격차와 복지 부족,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간호사들은 시간을 쪼개 가며 환자를 살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가중되는 업무로 인해 퇴사를 선택하는 간호사가 늘고 있다.

보건의료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재난 상황에서 정부는 의료현장의 인력 확충과 근무조건 개선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필수조건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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