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처리 작업 생략한 부실공사가 원인
시, 일부 구간 시험도색… 내년 최종정비

《춘천사람들》 261호에서 공지천 산책로 부실공사 의혹을, 271호에서는 이후 처리방안에 대한 춘천시의 계획을 보도한 바 있다. 최근 공지천 산책로 부실공사와 관련된 의미 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강원대학교 김만구 환경융합학부 교수 연구팀이 석사교, 퇴계교와 남춘천교 사이, 공지교, 공지천 유원지, 의암호 부근 등 5개 지점의 물속 토양 시료를 채취해 미세플라스틱을 정성·정량 분석한 결과 춘천시가 의암호 주요 지류인 공지천 산책로에 칠했다가 벗겨진 수용성 페인트로 확인됐다.

공지천 산책로 부실공사로 인해 공지천으로 유입되어 물속 토양에서 관찰된 페인트 미세플라스틱.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석사교, 퇴계교~남춘천교 사이, 공지교, 의암호 부근 물속 토양에서 관찰된 페인트 미세플라스틱 모습.      사진 제공=강원대 김만구 환경융합학부 교수

춘천시는 지난해 10월 29일∼11월 13일 공지천 산책로, 남춘천교∼거두교 1.7㎞ 구간 보행자 통행로에 파란색 수용성 페인트를 칠했다. 공지천 산책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어나 자전거와 보행자 간 사고가 자주 일어나자 자전거와 보행자 통행을 분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도색작업이 끝난 후 11월 말 60mm 이상의 비가 내렸을 때 파란색 물이 흘렀다는 시민 목격이 있었고, 겨울이 되자 페인트가 벗겨지는 ‘박리(剝離)현상’이 가속화되어 불과 4개월 만에 대부분의 도색이 소실되고 콘크리트 바닥이 드러났다.

연구팀의 분석결과 토양 10g에 포함된 파란색 미세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나온 곳은 퇴계교와 남춘천교 사이 지점으로 1만7천700개가 검출됐고, 석사교 지점에서 1만3천128개가 나왔다. 공지교에서도 205개가 검출됐다. 공지천의 일부 식물에는 파란색 미세플라스틱 덩어리가 뿌리에 엉겨 붙어있는 것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파란색 미세플라스틱이 산책로에 칠해진 페인트 파편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는 부실공사로 인해 수용성 페인트가 미세 입자로 마모되어 공지천으로 유입된 것으로서 연구팀에 따르면 도색에 쓰인 페인트의 양은 약 1t이며 벗겨진 페인트의 양은 약 0.6t, 총 도색 면적 5천802㎡ 중 60%에 이르는 3천481㎡가 벗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시는 지난해 도색공사 당시 수용성 페인트로 도색하기 전 콘크리트 면에 ‘프라이머’를 바르지 않았다. ‘프라이머’란 페인트와 페인트를 바르는 부분의 접착력을 높여줘 벗겨짐을 방지해주는 제품으로서 도색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표면처리 작업이다.

시는 지난 5∼6월 ‘거두교∼석사교’, ‘석사교∼퇴계교’ 각 50m 구간에 프라이머 도장 후 시험 도색을 진행했다. 시험 도색한 곳이 내년 초까지 벗겨지지 않는다면 산책로 전 구간에 프라이머 도장 후 페인트를 칠할 계획이다. 하지만 다시 문제가 발생한다면 아스콘 포장을 덧씌운다는 방침이다.

김 교수는 “페인트 미세플라스틱의 경우 일반적인 미세플라스틱보다 유해성이 커 북한강 수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페인트는 고분자가 아닌 여러 가지 화학물질들의 혼합물로, 고분자화합물로 정의되는 일반적인 미세플라스틱보다 단기간에 생태계로 전이되어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수성 페인트를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고 방심하는 마음으로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적재적소에 사용되지 않은 수성 페인트는 오히려 환경에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 토양오염은 지엽적이지만 물은 확산이 쉬워 오염범위가 넓고 심각하다. 그래서 하천변에는 페인트를 칠하지 않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시는 지난 2월 시공사에 하자보수 통지를 하고 박리된 페인트를 제거 및 수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또한 지난 5∼6월 ‘거두교∼석사교’, ‘석사교∼퇴계교’ 각 50m 구간에 프라이머 도장 후 시험 도색을 진행했다. 시험 도색한 곳이 겨울을 지나 내년 초까지 벗겨지지 않는다면 산책로 전 구간에 프라이머 도장 후 페인트를 칠할 계획이다. 하지만 다시 문제가 발생한다면 아스콘 포장을 덧씌운다는 방침이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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