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삼경의 아뜰리에⑥

정물 / 이희용 作, 50×25cm, 종이에 연필, 2020

사람의 말을 담는 그릇은 없을까. 모든 날카롭고 흉한 말들을 거두어서 몇 천 년, 저 어둠 속에 담아 놓으면 조금은 둥글어지고 순해질 수 있을까. 빠르고 높고 강한 것만을 찾는 세상을 따라 벼리어진 말은 급기야 자신들에게로 겨누어진다. 예각의 말을 담지 않았다면 어찌 저런 표정이 가능할까. 아마도 비와 바람이 때렸을 것이다. 새와 시냇물 소리, 별들이 낮밤을 번갈아 가며 저 표면을 닦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오랜 세월 누구도 갖고 있지 못한 피부가 되었을 것이다. 그 말들을 분해하고 순한 햇살을 쏘이느라 제 스스로 우그러졌을 것이다. 그리하여 작품제목도 ‘정물’이 되었을 것이다. 이미 작가는 복선을 쳐 놨던 것이다. 멈춰있는 정물靜物이 아니라 이 분열의 말들이 기어이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정물情物이 되라는 마음을 깊이 새겼으리라.  

최삼경(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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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 #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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