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기준 2030세대 명품 소비, 2019년 대비 약 75% 증가
현대백화점·롯데백화점, 지난해 명품 소비는 2030세대가 절반
‘플렉스 문화’ 확산과 ‘티끌 모아 티끌’ 인식도 영향 있어

코로나19 확산 이후 청년층의 명품소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세대별 온라인 소비행태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20대, 30대의 온라인 명품 결제 금액은 2019년 대비 약 75% 이상 증가했다. 20대의 경우는 80%가 늘어났으며 결제 건당 평균 금액은 37만8천102원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백화점이 연령대별 명품 소비행태를 분석한 결과 20대가 32.8%, 30대가 30.8%로 MZ세대가 절반을 넘겼다. 롯데백화점의 경우도 지난해 명품 소비자 중 2030세대가 48%를 넘긴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지난 26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가 공개한 ‘21년 7월 주요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주요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13.1% 상승했다. ‘가전/문화’ 26%에 이어 해외 유명브랜드가 18.8%의 비중을 차지했다. 산자부는 “방역관리 강화에 따른 매장방문 감소로 백화점 성장세가 다소 둔화했으나 해외 유명브랜드의 판매 호조는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청년들의 ‘플렉스’ 문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명 ‘에루샤’라 불리는 명품 삼 대장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이 지난해 각각 약 4천190억 원, 1조460억 원, 9천29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 불황에도 명품 소비량이 늘어나는 현상 이면에는 MZ세대의 ‘플렉스 문화’가 있다. 플렉스(flex)란 주로 힙합 문화에서 ‘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뽐낸다’는 의미로 쓰인다. 현재 청년들은 명품을 사거나 비싼 음식을 먹었을 때 ‘플렉스 했다’고 표현하곤 한다. 시민 김 모(26)씨는 “나도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구찌 신발을 산 적이 있다. 인스타그램(SNS)에도 자랑 글을 올렸다. 무리한 소비였지만 대학교를 무사히 졸업한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친구 박 모씨도 “20대 중반을 넘기니 명품 하나는 갖고 싶었다. 텅장(빈 통장을 의미하는 용어)이 됐지만, 후회는 없었다”고 밝혔다.

‘티끌 모아 티끌’…저축의 필요성 느끼지 못하는 청년들 많아

한편 플렉스 문화에 이어 저축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청년들도 많다. 한림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 모(23)씨는 “돈을 열심히 모아도 서울에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하는 세상이다. 티끌 모아 티끌이라고 하지 않나?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모은 돈으로 그냥 사고 싶은 것을 산다. 한 푼 두 푼 모으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것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찾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시민 박찬혁(27)씨는 “아마 욜로(YOLO,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문화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것보단 현재의 나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혀주는 것이 요새 트렌드다. 기성세대는 과소비라고 할 수도 있지만, 빚을 지는 것만 아니면 존중받을만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 오픈 시간까지 기다리는 ‘오픈런’, 한정판 명품을 구입해 가격을 얹어서 파는 ‘샤테크(샤넬+재테크)’ 등 다양한 신조어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MZ세대의 소비행태가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으며 당분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황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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