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며칠을 떨어야 했던 1월.

벌벌 떨며 눈 내리는 가로등을 바라보다 문득 반딧불이의 모습을 보는 착각에 빠졌다.
늦반딧불이

한겨울에 잠자는 곤충을 빼고는 곤충을 볼 수 없는 시기이니, 내리는 눈을 보며 반딧불이의 비상으로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우리나라에는 8종의 반딧불이가 기록돼 있지만,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종은 3개종뿐이다. 애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그리고 늦반딧불이.

예전에는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반딧불이가 이제는 큰 맘 먹고 찾아보지 않으면 관찰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서식지 파괴와 물 오염이 심해 반딧불이의 서식여건이 나빠진 때문이다. 반딧불이는 대개 낮에는 숲속 나뭇잎 뒷면에 몸을 숨기고 있다 밤이 되면 활동하기 때문에 낮에는 관찰이 쉽지 않다.

필자가 거주하는 동산면 봉명리 지역에는 운문산반딧불이가 서식을 하고 있는데 개체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크기가 작은 애반딧불이는 물속의 다슬기를 먹고 자라지만 운문산반딧불이는 육상달팽이를 먹고 자란다. 가을밤에 볼 수 있는 늦반딧불이 유충도 육상달팽이를 먹고 자란다. 반딧불이는 짝을 찾기 위해 발광을 하지만 거미줄이나 천적에게 잡혔을 때는 빛의 강도와 주기가 다르다는 것이 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운문산반딧불이 암컷은 뒷날개의 퇴화로 날지 못하고 지상에서 불빛을 내어 수컷을 유인하고 수컷은 지그재그로 비행을 하며 암컷을 찾아 짝짓기를 한다.

남면 산수리 지역에는 한 때 수백 마리의 늦반딧불이 서식지가 있어 그야말로 횃불놀이를 보는 듯했으나 아쉽게도 지금은 매립돼 그 모습을 보기 어렵다.

반딧불이가 천연기념물은 아니지만 무주군 설천면 지역의 반딧불이 서식지가 천연기념물 322호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환경오염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필욱(강원곤충생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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