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민 인턴기자

‘폭력적인 게임을 하다 보면 폭력적인 사람이 된다.’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얘기다. 상대방을 죽이거나, 신체 훼손 표현이 적나라한 게임을 즐겨하는 사람들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봤을 말이다. 정말 게임이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들까?

한때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 당시, 게임을 언급하는 기사가 유독 많았다. 두 사람이 만난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다. 인터넷에서는 살인사건과 롤을 함께 언급하며 ‘게임’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그러나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정보가 하나 더 있다. 통합심리분석을 통해 범인은 자존감이 낮고, 거절에 취약하며, 과도한 집착을 보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살해 전에는 피해자를 스토킹했다. 게임과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 두 사람이 만난 창구가 게임일 뿐이다.

심리학자 패트릭 마키, 크리스토퍼 퍼거슨이 출간한 도서 《모럴 컴뱃》은 게임과 폭력성에 관한 내용을 더욱 심도 있게 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게임이 폭력성에 미치는 영향은 ‘모두 거짓’이다. 게임에 대한 공포는 놀랍게도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심지어 폭력적인 게임은 오히려 현실에서의 폭력성을 감소시키고 도덕적 감수성을 고양시킨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또한, 미국 총기 난사범 중 단지 20%만이 폭력적인 게임을 해봤으며 그마저도 즐겨하진 않았다. 미국 남자 고등학생들 70%가 폭력적인 게임을 습관적으로 플레이한다는 통계와 상반된 결과다.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 본격적으로 유행한 1990년대 이후 폭력범죄는 오히려 감소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가 사실이라면 폭력범죄는 날이 갈수록 늘어야 한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폭력성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말하며, 이를 배출해 ‘카타르시스’를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많은 심리학자들이 “폭력적인 게임은 부정적 감정을 배설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렇게 게임이 나쁘다고 인식하고 있을까? 이에 ‘도덕적 공황 이론’을 적용해볼 수 있다.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기성세대가 주 독자층인 언론은 이들의 우려를 대변해 기사에 담는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정부는 게임을 규제하고,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야 하는 학자들은 ‘답이 정해져 있는’ 형태로 연구를 진행한다. 결국 이 공포는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우리는 과학적이고 이성적으로 해당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사안을 가지고, 쥐 잡듯 하나의 문화를 죽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셧다운제가 폐지된다. 지난 25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제15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결과다. 셧다운제는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규제하기 위해 2011년에 마련된 법안이다. 이 법안은 무려 10년간 국내 게임 산업을 좀먹었다.

발표와 동시에 국내 게임 업계는 환호성을 터뜨렸다. 실효성은커녕 과학적인 근거조차 모호했던 셧다운제가 드디어 폐지라니,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 게이머들도 축배를 들고 있다.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셧다운제 폐지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인식의 변화라는 의미로 다가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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