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미해장국

언제 더웠나 싶게 가을 문턱을 느낀다. 절기는 못 속인다더니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역력하다. 가을장마도 연일 이어져 이래저래 마음 무겁고 기분마저 우중충하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시원한 것보다는 따끈한 국물이 쳐진 마음을 다독여주고 위안을 주리라 기대한다. 스무숲길로 들어서면 작은 공원이 있다. 공원 바로 옆에 10년 넘게 자리한 해장국집이 있다. 바로 자미해장국이다. 맛있는 다른 메뉴도 많이 있지만 그중 최애하는 섞어탕을 소개한다. 섞어탕은 우거지내장탕과 선지해장국의 환상적인 조합으로 탄생했다.

정오가 되면 식당 안은 이미 만석이다. 이미 식사를 마친 손님들도 많다. 손님층이 다양하여 젊은 직장인부터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사랑받는 집이다. 오늘은 특별히 장인어른을 모시고 아내와 함께했다. 털썩 앉는 자리가 불편했는데 전부 탁자로 바꾸어 다리가 불편하신 아버님이 편안해하신다. 섞어탕을 2인분과 우거지소고기해장국을 주문했다. 먼저 반찬과 밥이 나온다. 공기밥에 김치, 깍두기, 부추, 야채가 접시로 나오고 겨자 간장, 앞 접시가 놓인다. 야채는 생양파, 고추, 당근이 한 접시에 담겨있다. 여기에 양념장이 담긴 타원형의 깨끗한 용기에 다진 마늘, 다진 고추, 쌈장, 양념장이 예쁘게 담겨있다. 특히 김치와 깍두기는 정말 맛나다. 김치는 겉절이, 깍두기는 알맞게 익었다. 탕이나 국밥류의 정점은 이 두 가지 반찬이다. 이 중 하나만 먹을 만하면 정말 괜찮은 맛집이라는 기준을 갖고 있는데 이 두 가지를 다 만족시키는 집이라 자주 찾는다. 드디어 섞어탕과 우거지소고기해장국이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로 나온다. 푸짐한 양에 마음도 푸근하다. 일단 내장을 하나씩 건져 간장에 찍어 골고루 먹는다. 수건같이 털이 달린 첫 번째 위 양, 벌집 모양 털을 가진 두 번째 위 벌집, 막창 다음에 있는 톱니 모양 홍창, 큰창자 대창 등을 골고루 먹는다. 선지도 큼지막한 것이 탱탱하기까지 하다. 두세 덩이가 나오는데 젓가락으로 먹기 좋게 잘라 간장소스에 담가 입에 넣으면 신선한 선지 맛이 고소하다. 현장노동자들은 여기에 반주로 소주를 한잔하기도 한다. 필자는 특히 홍창을 좋아한다. 부드러운 식감에 고소한 그 맛, 이 맛에 내장탕을 먹는다. 내장을 다 건져 먹고 밥을 맛나게 먹자. 양념 용기에서 다진 마늘 조금, 고추 다진 것 조금, 부추를 듬뿍 얹고 들깨를 한 수푼 넣고 잘 섞는다. 이제 밥을 말고 겉절이 김치 한 점 올려 한입 먹고, 깍두기 한 점 올려 한입 먹고, 금세 탕의 국물까지 다 비워진다. 깍두기는 좀 큰듯하여 집게, 가위를 달라고 해서 깍두기는 한입 크기로 잘라놓으면 편하다. 김치, 깍두기는 리필이 가능한데 셀프다.

자미해장국은 연중무휴다. 다만 둘째, 넷째 일요일은 오후 3시까지 영업한다. 오전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영업하는데, 물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휴식시간이 있다. 메뉴는 우거지갈비해장국과 갈비전골, 술국전골, 수제 동그랑땡이 있어 술안주로도 일품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기분전환으로 장인어른 모시고 따끈한 섞어탕 한 그릇하는 따스한 주말을 기대한다.

석사동 940-3 / 264-8878

이철훈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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