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빈 (강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최유빈 씨와는 동네 아저씨와 학생 사이로 오가며 오래 알아 온 관계다. ‘마을’이라는 느낌이 아직 강한 칠전동이니 가능했을 것이다. 초등학생이었던 유빈 씨가 지난해 고3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필자가 보기에) 고3 같지 않은 고3 시절을 보낸 그녀는 이제 대학생이 되었다. 춘천시립합창단, 《춘천사람들》의 학생기자 등 그녀의 여러 활동들. 그중에서도 근현대사 역사 연합동아리 ‘날갯짓’의 활동을 눈여겨보던 필자가 드디어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지난번 장햇살 씨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였다. 철저히 개인 인터뷰임을 지향해도 다른 세대를 만날 때의 묘한 두근거림과 긴장감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게 좋았다. 더 젊은 세대도 만나고 싶었고 자연스럽게 최유빈씨가 떠올랐다. 마찬가지로 개인에 집중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세대에 대한 호기심 역시 감출 수 없었다. 

# 유빈 씨. 오랜만이에요.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집에서 벗어나 강원대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어요. 강의 듣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지촌리에 있는 지역아동센터 가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활동을 하고, 퇴근을 하면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도 하고, 동아리(날갯짓) 회의도 해요. 기숙사에 돌아오면 책도 읽고, 《춘천사람들》 대학생 기자로 활동하고 있어 기사를 쓰기도 하고요.

# 여전히 바쁘게 사시네요. 인터뷰를 제안했을 때 거부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한데요?

요즘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변화하고 있는 것도 많고 생각도 많은데 인터뷰를 하며 조금은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어쨌든 저에게 인터뷰를 제안해 주신 게 감사했고,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아요. 

그는 중2 때부터 말하자면 내리 반장을 하였고 고등학교 때는 학생회장과 춘천시 연합동아리 ‘날갯짓’ 회장을 지냈다(지금은 대학생 날갯짓 활동을 한다). 강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해서는 과대표를 맡고 있다. 중3 때 시작한 춘천시립청소년합창단 활동도 (고3 때도 쉬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이력 때문에 인터뷰를 한 것은 아니지만 19세 청년에게 단단하게 달라붙은 삶의 내·외피일 것이다.

중1 때 친한 친구가 반장이었는데 선생님과 특별하게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선생님이 좋으신 분이었거든요. 저도 그런 경험을 하고 싶었어요. 행운처럼 좋은 친구들이 늘 있었고 그런 친구들과 도전하고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또 그렇게 하다보면 더 많이 알게 되는 부분이 있고, 해야만 되는 일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 아까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고, 지금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구체적으로 물어도 될까요? 

얼마 전에 학생단체 활동을 하면서 성주 소성리에 다녀왔어요. 사드 철거하고 공사를 중단하라는 반대 집회에 참가한건데, 소성리 주민분들과 여러 가지 구호를 외쳤어요. 사드 뽑고 평화 심자. 불법 사드 철거하라. 제일 인상적이었던 구호는 폭력경찰 규탄한다는 거고. 그날 50명 정도 모였던 시민들을 상대로 거의 천명의 경찰들이…. 경찰들은 도로교통법을 어기고 도로를 불법 점거했다고 평화롭게 발언하고 노래 부르던 시민들을 잡아다 도로 한쪽으로 연행했어요. 제 장래희망이 오랫동안 경찰이었는데 이날 마음이 하루 종일 안 좋았어요. 언젠가 내가 경찰이 되면 마음은 시민들과 함께하지만 몸은 이들을 진압해야만 하는…. 그래서 꿈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고. 날갯짓 활동을 하면서도 많이 생각했던 부분이에요. 

70년대, 80년대, 90년대 초중반까지 대학생이 사회의 부조리함에 눈을 뜨고 갈등하다가 새로운 삶을 모색한다는 흔한 이야기가 21세기, 2021년에 재현되고 있다는 기시감. 등골에 서늘한 슬픔이 흘러내린다. ‘날갯짓’의 활동과 그가 느끼는 세상에 대해 조금 더 다가가 보았다.

원래 만들어졌을 당시의 취지는 일본군 ‘위안부’를 위한 동아리였고 춘천시 고등학생들이 모여 소녀상을 세우고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활동을 해오고 있었는데 올해 ‘대학생 날갯짓’이 만들어졌고 자연스럽게 함께하고 있어요. 대학생 날갯짓은 근현대사 역사동아리인데, 세월호 7주기에 안산에 다녀오거나, 5.18 광주 답사를 가기도 하는 등 역사 기행을 주로 하고 있어요. 

소성리에 다녀온 다음 날, 지역아동센터 친구들과 1박 2일 여행을 갔었어요. 친구들과 하루 종일 노래 부르고 춤추며 놀다 보니 도로에 앉아 있던 소성리가 떠오르는 거예요. 이 친구들에게 이런 세상 물려주고 싶지 않다.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도 들고.

# 그럴 때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이 생기지 않나요? ‘당신들이 잘했으면 이런 일 없잖아’ 하는. 저는 처음부터 꼰대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신경 쓰고 있고 지금 복잡한 감정도 드네요.

더 좋은 세상 만들어놨으면 편했을 텐데 그런 생각 들 때 있고, 누군가는 열심히 했는데도 이런 거라고(웃는다). 저는 아직 꼰대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는데 무언가를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을 꼰대라고 치부해버리는 것 같아서 아쉽게 생각될 때도 있어요. 제 친구들은 먼저 부탁하지 않았는데 조언하면 꼰대라고 하더라고요. 조언보다 공감이 먼저인 것 같아요. 

# 요즘 정의와 공정이 화두잖아요. 저는 지난 평창올림픽 때 여자아이스하키팀 남북단일팀 구성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응부터 계속 놀라고 있어요. 조국 조민 이야기도 그렇고 유빈씨와 친구들은 어떻게 바라보나요?

제가 어울리는 친구들 사이의 이야기라서 전체 생각은 잘 모르겠어요. 지금 정부가 촛불혁명을 통해 만들어진 정부잖아요.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운 면이 많다는 이야기도 하고. 그렇다고 젊은 남자대표가 있는 당이 말하는 정의와 공정이 답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요. 조민에 대해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는데 사실 아예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아서 저는 별로 와닿지 않았어요. 그런 스펙을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한편으론 모든 국회의원이나 그런 부류에 있는 분들을 조국처럼 탈탈 털면 어떤 흠들이 나올까 생각도 해 봐요.

# 최근 읽은 책 중에 인상적이었거나 공유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개인주의자 선언(문유석)이요. 지나친 집단문화보다 합리적인 개인주의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준다고 말하는데, 제목과 달리 엄청나게 공감이 되는 이야기가 많고 평소 고민하던 부분들이 정리가 되는 느낌이에요. 읽어보세요(웃는다).

최유빈 씨가 초등학생일 때 처음 알게 되어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마주치면 인사하고, 시나리오 모니터링을 하고, 우연히 공연장에서 만나는 동네 주민의 관계에서 조금 더 단단하게 연결되는 느낌이다. 유빈 씨도 그러할까. 10년 후 다시 인터뷰를 한다면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까. 인터뷰를 정리하며 몇 번 목이 메었다. 나중에 스스로의 다짐 같은 게 있냐고 문자를 보냈는데 이렇게 답이 왔다.

‘조금 힘들더라도 양심을 저버리지 말고, 꿈을 향해 단단하게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나 자신의 신념과 분노에만 의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막연한 믿음보다 실증적 근거를 들어 토론하고 최선이 안되면 차선,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하면서 후회 없는 20대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창호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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