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학] 낮과 밤의 발걸음 - 최승호
[삶과 문학] 낮과 밤의 발걸음 - 최승호
  • 한승태(시인)
  • 승인 2021.09.0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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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무 말 열두 마리를 끌고 가는 것이 삶이라면

나무 말 열두 마리가 나를 끌고 가는 것이 죽음이다

최승호 시집 ≪고슴도치 마을≫ 중에서

 <낮과 밤의 발걸음>은 최승호의 시에서 꽤 난해하다고 알려졌다. 난해보다 대략의 의미는 유추되어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더 맞을 듯하다. 우선 시에는 드러나는 정보가 그리 많지 않다. 낮과 밤, 그리고 발걸음, 나무 말, 열두 마리, 삶과 죽음 정도다. 낮과 밤이니 시간과 연관이 있을 거 같고, 발걸음이 시간이나 세월 정도거나 그걸 사람으로 연장하면 인생 정도로 해석될 거 같다. 그러니 제목을 인생으로 상정하고 풀어보자, 그럼 본문에서 나는 나무 말 열두 마리를 끌고 가거나 끌려가는 것으로 보인다. 끌고 가는 능동적인 것이 살아있는 것이고 그것 자체가 삶이라는 얘기다. 그럼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것은 죽음이라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열두 마리와 나무 말이 남는데, 나무 말을 해결하면 왜 열두 마리인지는 나오겠다.

이 시는 난해시라기 보다 신소리를 활용한 말놀이 시다. 말의 뉘앙스로 하는 말놀이이거나 말장난 같은 것이다. ‘나무 말’을 여러 번 빠르게 발음해보라, 그러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나무 말’은 ‘남의 말’이라는 걸. 그러니 남의 말을 끌고 가는 사람이 산 사람이라면 남의 말에 끌려가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열두 마리는 1년 열두 달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내가 주체적으로 산다는 것도 어쩌면 착각일지 모른다. 삶이 나 혼자 주체적으로 살 거 같지만, 우리는 너무 많은 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 인지심리학자들의 실험에 의하면 그날 아침에 어떤 정보를 듣느냐에 따라 하루의 의사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페이스북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이다. 그만큼 주체적으로 산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거다. 가까울 거 같아도 그 간극이 삶과 죽음만큼이나 멀고도 가깝다.

한승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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