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삼경의 아뜰리에-7

M12-9. Mezzotint. / 김영훈 作  Paper size 65×85㎝. 2012

눕는다는 것은 힘을 빼는 일. 제 자신을 온전히 지구에 놓고 세상을 다 품겠다는 일. 머리와 목, 등과 척추, 엉덩이, 종아리, 복숭아뼈와 발이 간만에 일직선의 가계도를 복원하는 일. 눈꺼풀을 열었다 닫았다 세상은 존재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일. 그렇게 눕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미 맹렬하게 태양 둘레를 돌고 또 스스로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지구 위에서 기실 멈춤이 가당키나 할까. 알량한 지식으로 이 섭리를 어찌 가늠키나 할 것인가. 그렇지만 영문도 모르고 반복하는 질주는 서로에게 딱한 일이지 않겠는가. 고요라는 말이 귀해진 시대, 평화라는 말이 있을까 하는 시대, 온전히 자기를 누릴 줄 아는 일이 남의 것이 된 시대, 아침이면 조증에 들어 저녁을 울증으로 마무리하는 날들. 김영훈의 그림은 이 귀한 적멸에 젖어 보라는 다정한 권유이다.

최삼경(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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