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은정 인턴기자

최근 인터넷에서는 ‘요즘 20대 사이에서 유행 중인 영정사진’이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내용인즉슨, 전액 할부로 비싼 외제차를 구매하고 차 앞에서 딜러와 함께 인증샷을 찍어 본인의 SNS에 자랑하는 것이다. 아직 경제적인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20대 초반의 청년들은 미래의 재정 걱정은 미뤄둔 채로, 당장의 ‘과시’를 위해 충동적인 소비를 한다.

‘인생샷’을 찍기 위한 목적으로 방문하는 미술 전시회 또한 마찬가지다. 작품 감상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단지 전시 방문 경험을 SNS에 업로드하기 위해 전시회를 방문한다. 

닐슨코리안클릭의 ‘소셜미디어 이용자 수’ 조사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한국의 소셜미디어 이용자 수는 3천496만 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에 대한 조사에서는 20대, 30대 모두 인스타그램이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여러 종류의 SNS(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가 활성화됐지만, 그중에서도 인스타그램은 소위 ‘인스타 감성’이라는 코드가 유행하면서 보여주기식 소비와 전시가 더 만연해졌다.

요즘은 본인의 신념과 가치관에 맞춰 소비하는 시대다. 당당하게 나를 알리고,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본인의 경험과 소비를 SNS에 게시해, 자신이 방문한 좋은 장소나 구매한 물건의 정보를 공유하게 되므로 긍정적인 측면도 물론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는 우울이 없다. 슬픔이나 고통도 없다. 좋은 장소에 가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물건을 산다. 사람들은 외적 삶이 더 멋지게 비춰지도록 움직인다. SNS 업로드가 결과가 아닌 목적이 돼버렸다.

안데르스 한센의 《인스타 브레인》에 의하면, 예일대학교 연구자들이 2년 동안 5천 명의 감정 상태를 연구했는데, SNS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수록 이후 몇 달 동안 행복감이 낮았다. 

또한 SNS를 하면서 많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질투였다. 문제는 질투로 끝나는 게 아니라, 타인의 소비와 전시를 나도 모르게 모방한다는 것이다. 처음엔 지인의 명품 구매 사진을 봐도 별 관심이 없다. 그러다가 다른 지인의 명품 구매 사진이 올라온다. 올라오고 또 올라온다. 나도 모르는 새 명품에 내적 친밀감이 생긴다. 남들이 구매하는 것을 보니, 나도 이쯤은 구매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상향 평준화된 가상의 이미지에 본인도 모르게 길들여진다. 완벽한 삶들이 정답처럼 전시된 세상이기 때문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라는 속담이 있다. 보여주기식 소비와 전시는 끝없는 만족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게시물 업로드가 일상의 목적이 아닌, 일상의 기록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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