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쓰지 않는 시란씨 / 글 다니카와 슈운타로, 국제앰네스티 
그림 이세 히데코 / 김황 옮김, 천개의 바람

아프가니스탄의 수도가 카불이라는 것을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시장에서 과일을 팔던 형제가 비행기 랜딩기어에 매달려 무모한 탈출을 시도할 정도로 사람들이 두려움에 떤다는 사실과 자주 분쟁이 있는 중동지역 소식에 ‘안타깝지만 저런 일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지’하며 무관심한 스스로에게 놀랐습니다.

그림책 《우산을 쓰지 않는 시란 씨》의 주인공 시란 씨도 그랬습니다. TV 속에 보이는 전쟁 탓에 굶고 있는 아이를 보며 ‘불쌍하긴 하지만 세상에 저런 일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지’ 하며 채널을 돌리고, 죄 없이 감옥에 갇혀있는 사람이 풀려나도록 함께 편지를 써달라는 요청에 ‘불쌍하긴 하지만, 나랑은 상관없어’라고 지나쳤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시란 씨는 어느 평범한 하루의 끝에 총을 든 군인들에게 집에서 체포되는데, 그 이유가 비 오는 날 우산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즉, 모두가 하는 것을 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는 터무니없는 죄목으로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말미에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들의 무관심과 좌절하고 있는 시란 씨. 그리고 시란 씨의 구명을 위해 편지를 쓰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신과 만나본 적도 없는 먼 나라 사람인 시란 씨를 위해서 말입니다.

옮긴 이의 글에 보면 주인공 이름 ‘시란’은 일본어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난민의 한국입국을 반대하는 의견을 들으며 나의 안전을 고민했던 짧은 순간을 반성합니다. 짧은 그림책 한 권으로 많은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림책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전쟁이 일어나 참전한 남작이 포탄 대신 그림책을 던졌는데 적군이 책 읽는 재미에 빠져 결국 책으로 전쟁을 멈추게 되었다는 매우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이면 좋겠는 그림책을 한 권 더 권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의 평화를 꿈꿔봅니다.

전부용(담작은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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