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정 청소년 기자

교육부가 내놓은 새 교육 정책의 일환인 고교학점제에 대하여 알고 있는가? 고교학점제란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 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마이스터고를 비롯한 일부 고등학교에서 시범으로 시행 중이고 2022년에는 특성화고, 일반고 등에 학점제 제도를 부분 도입하며 2025년부터는 모든 고등학교에서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필자가 다니는 유봉여자고등학교는 고교학점제를 시범운영하는 일반고이다. 직접 겪어본 고교학점제를 바탕으로 비판적인 시각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고교‘학점제’ 라는 단어를 들어보면 대학생이 학점을 채워 졸업요건을 충족하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고교학점제 역시 명칭에 걸맞게 대학처럼 정해진 학점을 필수로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처럼 일정 기준을 통과하고 학점을 미리 이수하여 조기 졸업하는 등의 특수상황은 애초에 발생할 수 없다. 고등학교 학생들이 1, 2학년에 수업을 몰아 듣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한 학기당 최소 28학점을 이수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또한, 실질적으로 대학교에서 고등학생들이 이수하고 본교를 진학하길 원하는 수업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므로 ‘진로에 따라’, ‘다양한’ 수업을 수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여기에는 또 다른 여러 어려움이 존재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한정된 교원 수이다.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의 수는 제한되어 있는데, 학생들의 진로에 맞추어 여러 가지 수업을 개설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학교는 기간제 교사나 외부 강사를 고용하고 그들에게 비용을 지불할 정도의 예산과 양질의 선택과목 수업을 준비할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학생들에게 양질의 수업을 제공해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험담을 예로 들자면 영어교사가 심리학 교양과목을 수업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영어교사의 필수업무인 영어 수업 배분 시수가 버젓이 존재하므로 교사는 교양과목 수업 연구에 공들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학생 역시도 심리학 비전문가에게 수업을 받게 되는 것이다. 강좌를 선택한 인원이 적을 경우 폐강되므로 원치 않은 과목을 듣게 되는 경우도 더러 발생하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고교학점제를 도입함으로써 학생 개개인의 역량이 발휘되길 기대하는 것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존재하고 사교육 경쟁 과열 상태인 대한민국에서는 지나치게 순진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통해 학습에 흥미를 가지게 하고 학습격차를 줄이겠다는 목표가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히려 선택과목은 수능 공부와는 연관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수시전형에서 절대평가인 선택과목 점수 부풀리기가 빈번해지며 대학 입시에 유리한 ‘명문고’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는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는 2025년이 되기 전에 고등학교 학점제가 필요한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양질의 수업을 제공하며, 공정한 성적 산출을 할 만큼의 준비가 되었는지, 너무 성급한 결정은 아닌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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