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SF영화제 사무국

올해 8회를 맞이한 춘천영화제가 SF장르 특화영화제로서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는 영화제 명칭을 ‘춘천SF영화제’로 하고 9월 30일에 개막한다. 

춘천영화제는 지난 2014년 춘천 출신 (故)이성규 감독을 기리는 다큐멘터리 영화제로 시작해 다양한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시민에게 소개해왔다. 지난해는 영화제사무국을 전면 개편하고 SF특성화 영화제를 표방하며 일신했다. 지난해 경쟁 한국SF독립영화와 어린이청소년영화, 초청 부문 등에서 100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올해는 총 136편(경쟁 94편·초청 42편)이 상영된다. 특히 올해 처음 도입한 국제경쟁 부문에는 42개국 3천여 편의 작품이 지원하고 한국독립SF 부문 역시 223편이 몰리는 등 국내외 인지도가 상승했다. 개막을 앞두고 동분서주하는 ‘춘천SF영화제’ 사무국을 방문해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좋은 작품으로 채웠습니다. 꼭 보러 오세요.” 개막을 앞두고 동분서주하는 ‘춘천SF영화제’ 사무국 가족들이 인사를 전한다. 8회를 맞이한 춘천영화제가 올해는 영화제 명칭을 ‘춘천SF영화제’로 정하고 9월 30일에 개막한다. 왼쪽 앞열부터 정현진 초청팀·이동윤 프로그래머·이안 운영위원장·박기환 사무국장·최윤지 기획팀장·김희경 홍보팀장.

이제 곧 개막이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이안 운영위원장 : 개인적으로는 춘천으로 이사해서 시민이 됐다. 지난해 운영위원장을 맡고서 춘천영화제의 역사와 기반을 닦아왔던 분들의 노력을 존중하는 가운데 새로운 변화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SF특성화 영화제를 차근차근 실현하고 있다. 지난해는 국내 경쟁부문만 있었으나 올해는 국제로 확대했다. 주변의 염려도 있었지만 3천여 편의 작품이 지원할 만큼 성공적이다. 

이동윤 프로그래머 : 지난해는 6월 중순부터 준비해서 10월 중순에 열었다. 짧은 시간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은 있었다. 올해는 연초부터 좀 더 여유 있고 꼼꼼하게 업무를 시작해서 더 좋은 국내외 작품을 엄선했다.

박기환 사무국장 : 개인적으로 춘천SF영화제의 식구가 된 점이 큰 변화다. 엔터업계 종사자로서 공연·매니지먼트 등을 해오다 지난해 협찬사로서 춘천영화제의 열정에 큰 감동을 받아서 기회가 된다면 힘을 보태고 싶었다. 춘천영화제가 지속 가능한 조직이 되도록 설계하고 있다.

아직 궁금해하는 시민이 적지 않다. 춘천에 SF영화제가 있어야 할 이유가 뭔가?

김희경 홍보팀장 : 우선 내가 사는 춘천에 이렇게 멋진 영화제가 있다는 데 자부심이 크다. 세계적인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 삶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또 과학기술의 발전속도도 더 빨라지고 있다. SF가 문화예술의 화두가 되리라 확신한다. 그런 점에서 ‘춘천영화제’가 국내 유일의 SF영화제를 표방하게 된 건 시의적절하다.

이동윤 프로그래머 : 공감한다. 덧붙여서 근본적인 이유를 말하고 싶다. 대부분의 영화제는 정부예산과 세금으로 열린다. 그래서 공공성, 즉 관객들이 영화제에서 무엇을 얻어갈 것이냐?가 중요하다. 또 영화제는 영화산업에 기여하는 아젠다, 이슈 형성의 장이기도 하다. 춘천은 두 가지를 다 충족할 수 있다. 교통이 좋고 도심과 자연이 조화롭고 옛 정취와 현대 건물 등 영화산업에 장점이 많다. 이런 곳에서 열리는 영화제는 지역과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안 운영위원장 : 춘천과 인연이 닿기 오래전부터 춘천에 SF특화영화제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춘천에는 대학도 많고, 굴뚝 산업이 없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핵심인 일을 할 수 있는 도시다. 또 세계적인 영화제는 교통 접근성이 좋고 아름다운 중소도시에서 열린다. 춘천은 그 모든 걸 다 갖고 있다. 부산영화제도 아시아영화를 집중 조명하는 것과 동시에 아름다운 해안 도시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주말이면 다양한 문화행사와 문화인프라를 열심히 보러 다닌다. 춘천에서 내가 무언가를 하려면 지역의 문화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한다. 춘천시민의 문화적 소양과 토대라면 SF특화영화제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확신한다. 

정현진 초청팀 : 강원대 영상문화학 전공으로 졸업하자마자 일하게 됐다. 지역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축제가 될 수 있다. 또 춘천에는 최근 영화촬영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영화제와의 시너지를 기대할만하다.

지역영화제로서 장점과 아쉬운 점은 무언가?

이안 운영위원장 : 아쉬운 점을 말할 기회가 적으니 오늘은 그걸 더 말하고 싶다. 하나는 춘천영화제만의 전용 공간이 필요하다. 영화제를 여는 지자체들은 전용관을 조성하는 추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원금도 나온다. 하지만 춘천에는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 없다. 춘천SF영화제는 강원독립영화협회, 춘천 도프(DOF) 등 지역의 독립영화를 활성화하는 구심점이 되어야 하는데 그를 위해서는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 꼭 필요하다.

또 하나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고용안정성’이다. 다른 영화제에서 수 십 명이 하는 일을 7명이 하고 있고 해마다 몇 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한다. 상근직원이 하나도 없다. 춘천영화제가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는 국제영화제가 되려면 일 년 내내 근무하는 4명의 상근자가 3년 연속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조건에서 국제영화를 50퍼센트 이상 3년 연속 상영해야 한다. 그러면 4년째부터는 국제영화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평창영화제, 강릉영화제의 경우 그 조건을 3년간 충족해서 내년에는 국제영화제 지원금을 받는다.

춘천SF영화제는 국제영화제를 지향하면서도 고용안정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춘천영화제가 아시아 최고의 SF특성화 국제영화제로 가려면 고용안정성이 우선이다.

이동윤 프로그래머 : 춘천이 다른 대도시에 비해 특색을 잡아내는 데 수월했다. ‘하필이면 왜 SF?’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지난해 영화제를 방문한 게스트들 거의 모두가 ‘춘천은 SF적 상상력이 가능한 도시’라며 SF특화지역영화제에 공감했다. 춘천이 아니었다면 SF특화가 수월하지 않았을 것이다. 프로그래머로서도 규모가 작은 영화제라서 역설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었다. 프로그램 컨셉, 섹션별 작품 경향 등 자유롭게 소신껏 일할 수 있다.

아쉬운 건 예산이다. 시 출연금 2억5천, 강원영상위원회 1천만원 그리고 협찬 등을 더해서 3억 정도로 이 정도 영화제를 개최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아시아 최초의 SF영화제로서 해외 주목도 높은데 적은 예산으로 그 기대를 담아내기 어렵다. 근무여건도 열악하다. 올여름 폭염에 냉방이 안돼서 커먼즈필드로 장소를 옮겨서 업무를 봤다.(웃음) 또 춘천SF영화제의 발전을 위해서 독립예술영화전용관 건립도 필요하다.

춘천SF영화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염두에 두는 점은 무언가?

이동윤 프로그래머 : 영화다. 영화에 집중해야 한다. 지속하지 못한 영화제들은 영화보다 영화제에 초청된 인사들을 통해 영화 외적으로 보이는 것에 더 신경 쓴 경우가 많았다. 프로그래머로서 춘천SF영화제를 통해 좋은 영화를 꾸준히 소개하고 알리는 데 집중하겠다. 특히 SF장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말고도 범위가 정말 넓다. 그걸 알려서 SF영화의 저변을 넓히는 데도 신경 쓰겠다. 

박기환 사무국장 : 많은 지역영화제들이 해마다 발등의 불을 끄는 데 급급한 운영을 한다.  춘천SF영화제를 학습화된 조직으로 만들고, 업무도 체계화·메뉴얼화 해서 설사 사람이 바뀌어도 업무가 이어져야 한다. 그런 부문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권한과 예산이 좀 더 생긴다면 꼭 해보고 싶은 건?

이안 운영위원장 : 언젠가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을 초청하고 싶다. 올해 SF클래식으로 그가 만든 걸작 <백투더퓨처>시리즈를 선보이는데, 많은 SF영화들이 미래를 어둡게 묘사하지만, 백투더퓨처는 유머와 낭만이 가득하다. 팬데믹 시대에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SF영화로서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이동윤 프로그래머 : 10월 중순에 개봉하는 세계적 화제작 드니 빌뇌브 감독의 <DUNE>을 춘천SF영화제에서 소개하고 싶었다. 춘천SF영화제가 역사와 권위가 생기고 역량이 커져서 저런 영화도 초청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초청하고 싶다. 

박기환 사무국장 : 내년에는 올해 예산 부족으로 하지 못한 수어자막 등 배리어프리버전을 꼭  만들고 싶다.

최윤지 기획팀장 : 공지천이나 산책로에서 야외상영을 하고 싶다. 

정현진 초청팀 : 배우 김태리를 춘천영화제에서 만나고 싶다.(웃음) 또 언젠가 <스타워즈> 시리즈를 춘천영화제에서 상영하고 싶다.

김희경 홍보팀장 :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큰 스크린으로 소개하고 싶다. 

올해 춘천SF영화제에서 강추하는 영화는 무언가?

이동윤 프로그래머 :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음…단편섹션은 꼭 보시라. 특히 경쟁부문 국제독립SF나 한국독립SF는 시간이 되는 대로 한 편이라도 보시라. 절대 실망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장편 한국독립 SF중에 <슈퍼히어로>를 강추한다. 아주 재밌고 뭉클하다. 가족이 같이 봐도 좋다.

이안 운영위원장 : 개막작과 경쟁부문은 어떤 걸 봐도 좋다. 또 <알고리즘의 편견>과 <넬리 랍: 몬스터에이전트> 등 스페셜토크가 이어지는 작품들도 강추한다.

최윤지 기획팀장 : 어린이나 청년세대에게 <백투더퓨처>를 강추한다.

김희경 홍보팀장 : 일상 속 SF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개막작 <가가린>과 과학기술의 차별을 고발하는 <알고리즘의 편견>을 강추한다.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안 운영위원장 : 춘천SF영화제의 새로운 시도에 마음을 열고 즐겨주기 바란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청소년영화도 많이 소개할 계획이다. 앞으로 춘천SF영화제는 지역의 어린이·청소년들이 직접 영화를 만들어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란다.

이동윤 프로그래머 : 정말 좋은 작품으로 채웠다. 영화제에 많이 오길 바란다.

최윤지 기획팀장 : 코로나가 종식되고 예산도 늘어서 더 많이 함께 즐기게 되길 바란다.

김희경 홍보팀장 : 소소하게 시작된 영화제가 많이 성장해왔다. 좋은 영화가 참 많다. 지난해  보다 좀 더 찾아와 주길 바란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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