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기자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코로나와 함께)’는 지난해 여름 처음 언론에 등장했다. 해외에선 ‘live with covid(코로나와 함께 살다)’등으로 표현하던 것이 한국에서 ‘위드 코로나’로 자리잡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엔 코로나가 곧 종식될 거라는 기대가 반영된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코로나 이후)’란 용어가 널리 회자 됐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고, 델타 변이가 등장하면서 집단면역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늘며 ‘포스트 코로나’라는 용어는 사라졌다. 그 자리에 ‘위드 코로나’가 자리 잡았다. 쉽게 말해 독감처럼 코로나와 함께 살자, 확진자 수가 아닌 중환자와 사망자 수를 관리하는 지속 가능한 방역체계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소상공인과 자영업, 서비스업, 관광·문화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고통이 길어지고 국민들의 피로감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른바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체계 전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지난달 30일부터 3일간 만 18세 이상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에 해당하는 73.3%가 ‘위드 코로나’ 전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환 시점에 대해선 52.4%가 11월 말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정부도 전 국민의 70%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후인 11월 중순부터 코로나19 방역체계를 ‘단계적 일상회복’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 ‘위드코로나’가 아닌 ‘단계적 일상회복’이라고 표현했다. 이것이 중요하다. ‘위드 코로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방역 조치가 아예 폐지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방역이라는 게 실질적인 조치보다는 국민에게 주는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신호 관리를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표현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시민들은 몇 개월 후 마스크를 벗고, 상점에는 손님이 밀려와 북적대는 풍경을 기대하겠지만 그 단계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전문가들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 등 아직 방역 완화의 신호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제도 내에서 단계적인 방역 완화가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마스크를 벗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최근 춘천의 곳곳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다. 춘천연극제 코미디럭키세븐, 춘천인형극제 코코바우시어터, 춘천마임축제 애막골 문화의 거리는 시민의 큰 사랑을 받으며 마무리됐고, 춘천커피도시 페스타는 19일까지 이어진다. 또 10월에는 공지천 일대에서 한국지역도서전이 열린다. 철저히 방역된 축제현장에서 시민들은 수칙을 지켜가며 축제를 즐겼다. 다행히 축제 발 코로나 확진자 발생 소식은 없어서 ‘단계적 일상회복’의 일상을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창궐만큼 ‘단계적 일상회복’의 시대도 한국 사회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 될 것이다.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춘천시는 의료전문가, 자영업자, 교사, 예술가, 경제학자 등 지역의 여러 분야 전문가와 시민을 아우르는 ‘단계적 일상회복 위원회’(가칭)를 만들어 낯선 길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