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삼경의 아뜰리에9

바람은 부는데 / 김동욱 作 / 플라타너스, 25x12x60cm, 2016년

고산지대의 나무는 일제히 한쪽으로 향하는데 그것은 바람이 하는 일이다. 무엇을 이루는 데는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갈수록 빽과 운이 힘을 발휘하는 시대이지만 무엇이 되려는 노력이 없다면 이루어지기 힘들다. 나무 그루터기에 앉은 명상의 모습도 그렇다. 무엇이 저토록 오랜 침묵의 자세를 갖게 하는가.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노력의 효용에 대해 곱씹어 보는 지점에 이르고 있다. 노동의 신성함은 이미 개가 물어 간 지 오래고 평생을 벌어도 입주하지 못할 아파트는 푸른 하늘을 뒤덮는다. 기계는 뻗고 사람들 허리는 일제히 굽는다. 사연도 모르고 태어난 것이 죄가 되는 시대, 오늘 하루를 자고 나면 허리를 펼 수 있을까. 글쎄, 작가는 무어라 얘길 할까. 저 그루터기에 앉은 좌옹(坐翁)은 또 침묵이겠지.

최삼경(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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