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구가 아파요
[기자수첩] 지구가 아파요
  • 김정호 기자
  • 승인 2021.09.2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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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기자

“지구가 아파요. 도와주세요.”

아파트 현관을 나와 길을 가던 첫째와 둘째 아이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내게 말을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길가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문득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지구를 아프게 한다는 것을 아이도 아는 사실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는 자원이 순환되지 못해 버려질 때 발생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무심코 돈을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이 우리의 삶을 위협하기 시작됐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년 동안 배출되는 폐플라스틱 중 9%만 재활용된다고 한다. 그대로 버려지는 것이 79%이고 소각처리 되는 것이 12%다. 환경전문가들은 폐플라스틱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매립이나 소각 처리되면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환경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폐플라스틱을 재가공한 섬유로 옷을 제작했다며 자원 재활용을 통해 환경을 살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여기에 이면을 보면 어떨까? 이것은 자원순환이 아니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합성섬유도 플라스틱이다. 옷이 된 폐플라스틱은 결국 다시 버려진다. 쓰레기가 되는 시간이 조금 늦춰진 것일 뿐이다. 새롭게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 자원이 소비되는 것이 아닌 플라스틱이라는 자원이 그냥 플라스틱으로 다시 사용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자원순환이 아닐까 한다. 

커다란 플라스틱이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기도 하고 처음부터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들어가기도 한다. 2015년 해양학자들은 전 세계 강과 호수, 바다에 15조에서 51조 사이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세탁기에서 옷을 세탁할 때 합성섬유로부터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온다. 하지만 하수처리시설에서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강과 호수로 들어간 미세플라스틱은 수돗물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17년 국내 일부 수돗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미량 검출된 사례가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북극과 남극은 물론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 마리아나 해구에서도 발견된다. 

우리가 버린 폐플라스틱이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먹는 음식을 통해 우리 몸으로 돌아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세플라스틱이 복강이나 림프계 및 순환로 들어가면 간·신장·뇌 등에 축적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킬 수도 있고, 염증·면역 반응, 세포·DNA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도 한다. 생태계와 사람의 건강을 위해서는 줄일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은 줄이고,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플라스틱도 줄일 필요가 있다. 플라스틱이 우리의 삶에 들어온 것이 70년이다. 최근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사용이 증가하며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구의 문제를 넘어 인류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구가 아프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어린아이들도 알고 있는 작은 실천이 생태계 환경과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한 번 더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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