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페의 일회용 컵이 화두다.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금지 조치에 놀란 한국 정부는 2018년 8월 1일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일회용 컵 사용 시 최소 5만 원에서 최대 200만 원까지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제도는 온전하게 자리 잡지 못했다. 다수의 카페들은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대며 규제에서 제외된 코팅 종이컵을 제공하며 일회용품 사용을 지속하였다. 이제 그들은 PET 재질의 일회용 컵과 사기, 유리 재질의 다회용 컵 중간 어디쯤일 법한 PP 재질의 플라스틱 컵을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은 이것을 두고 ‘리유저블컵’이라 부르고 있다. 매장을 방문한 손님들은 카페에서 권하는 대로 음료를 다 마신 후 리유저블컵을 가져가서 재사용해야 하는데, 이렇게 소비자에게 떠넘겨진 리유저블컵은 대개 지체 없이 쓰레기통에 버려지거나 집 안 싱크대 어딘가에 잊혀진 채 쌓이게 되는 것이다.

출처=프리픽

이렇게 1년 반 정도 제도와 현실의 혼선이 지속되던 가운데 2020년 코로나 판데믹이 세계를 휩쓸기 시작했고, 이와 함께 일회용 컵은 위풍도 당당하게 돌아왔다. 이제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이유는 ‘손님이 많아서’에서 ‘코로나 때문에’로 바뀌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로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다회용기를 대여해 주는 업체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카페는 대여한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대여업체는 이를 수거하여 살균·세척한 후 다시 대여해 주는 것이다. 이는 반가운 일임이 분명하지만, 이러한 사업과 제도가 지방까지 내려와 정착되는 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인류에게 아직 일회용 컵을 남발할 시간과 자원이 있기는 한 것일까?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째, 공급자와 사용자의 ‘편리함’. 둘째, 설거지 인건비보다 저렴한 일회용품 ‘가격’. 셋째,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믿음’ 이다.

위와 같은 일회용품 사용 이유는 역시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이유로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첫째, 이제 지구는 ‘편리함’만 추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구 곳곳의 경고들을 무시하면 안 된다! 둘째, 환경오염이 우리에게 물리는 사회적 비용이 포함되지 않은 일회용품의 가격은 너무 불합리하다. 셋째, 코로나 감염이 걱정이라면 왜 식당에서는 다회용기를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 여러 사람의 손이 들고나는 수저통의 수저들은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것일까? 불안감을 퍼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왜 유독 카페의 일회용 컵에만 ‘편리함’, ‘위생’, ‘안전’이라는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카페의 인건비 상승을 걱정하는 동안 거리의 미관과 위생은 훼손되었고, 일회용품이 느는 만큼 환경미화원들의 일거리도 늘어났다. 정부의 일회용 컵 사용 제한 조치를 따르지 않는 자영업자들과 이를 단속하지 않는 춘천시를 탓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내돈내산! 카페에서 당당하게 다회용 컵을 요구하자. (환경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까지는 다회용기 사용을 원칙으로 하되, ‘고객의 요구가 있을 때’만 일회용품 제공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송현섭(환경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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