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원 김유정문학촌 촌장

춘천시는 신동면 실레마을 출신으로 《동백꽃》, 《봄봄》 등 한국 근대 명작 단편 소설을 남긴 작가 김유정(1908~1937)의 문학적 업적과 문학정신을 알리기 위하여 김유정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 전시관 및 부대시설을 마련하면서 김유정문학촌을 설립하였다. 원로 소설가 전상국이 2002년 개관 이후 2018년 7월까지 장기간 촌장을 맡아 지금의 문학촌의 틀을 만들었다. 시인 김금분이 그 뒤를 이어 2대 촌장직을 맡았고, 2020년 1월 소설가 이순원이 3대 촌장으로 부임하였다. 

이순원 촌장은 강릉 출신으로 강원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단편소설 《소》로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대표작으로는 《은비령》,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등이 있으며 많은 작품들이 초중고 교과서에 실렸다. 그 중,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초, 중, 고 전 과정 교과서에 동시에 수록됐다.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허균작가문학상, 남촌문학상, 녹색문화상, 동리문학상, 황순원작가상 등 국내 저명한 문학상을 수상한 문학계의 원로이다. 촌장으로 부임한 이후 줄곧 문학촌을 찾아오는 시민, 관광객들과 춘천지역 작가들의 가교역할을 하는 문학촌이 되기를 바라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온 이순원 촌장을 만나 김유정문학촌을 이끌며 느낀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김유정문학촌장을 맡은지 1년 9개월이 지났는데요, 그동안의 소감이나 바람을 말씀해주세요. 

 “김유정문학촌은 전국의 문학촌이 부러워하는 콘텐츠와 규모를 자랑하는 문학촌인데요. 그 위상에 걸맞게 전국의 문학관의 모범과 표준이 될 시스템을 정립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또한 춘천 문학의 허브이자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지역의 작가와 시민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는 문학촌으로 만들고 싶어요.”

실제로 이순원 촌장이 부임한 첫 해 춘천의 작가들의 모임을 주도하여 한국작가회의 춘천지부를 결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시창작교실, 소설창작 교실 등을 열어 지역의 작가와 시민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법정 문화도시가 된 춘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춘천은 세계적 예술도시인 본과 비견할만하다고 생각해요. 춘천과 마찬가지로 본도 인구 30만 명이 안되는 중소도시이며 수부도시이지요. 본은 작은 도시이지만 권위 있는 예술단체가 상당 수 있고, 예술가의 도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춘천도 수준 높은 오페라단, 연극단, 인형극단이 있으며 이미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한 마임축제가 있지요. 또한 전국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다수의 시인, 작가 등이 실제로 거주하는 도시입니다. 그 외에도 영화감독, 무대감독 등 다양한 예술인이 거주하고 활동하고 있는 등 춘천은 다른 어떤 도시보다 문화적 인프라가 훌륭한 문화도시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잘 조성된 문화적 인프라를 잘 활용해서 시민들에게 잘 스며들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본은 독일의 라인강 양안에 건설된 도시로 통독 이전 서독의 수도였고 아직도 연방정부의 일부 기관이 남아있는 사실상 제 2의 행정수도이며 작곡가 베토벤이 태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독일의 문화예술 도시 본에 베토벤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도시 춘천에는 김유정이 있다는 생각이 미치자 이순원 촌장의 비교가 더욱 그럴듯하게 느껴진다.

춘천문화재단이 ‘2021 춘천 한국지역도서전’ 사전행사로 ‘책으로 만드는 문화도시 춘천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하였는데요, 책으로 만드는 문화도시 춘천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되시나요?

“양질의 문학이 창출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춘천의 문화적 인프라를 채우며 문화적 요소를 지키고 있는 사람에 대한 지원, 즉 문학 분야 전문 예술인 및 동호인들에 대한 지원을 통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춘천에서 우수한 문학작품이 생산되어 이를 소비하는 춘천시민들과 소통할 기회가 자주 생기면 좋겠어요. 문학인들 스스로도 지역의 문학 축제 등에 많이 참여하고 지역사회의 독서문화활동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들이 작은도서관의 명예관장으로 활동하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작은도서관이 매개가 되어 작가들과 시민들을 연결한다면 보다 많은 시민들이 춘천의 작가와 문학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고, 서로 소통하면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리라 기대합니다.”

사람에 대한 지원이 우선되어야 작가가 좋은 작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작가들 스스로도 시민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순원 촌장. 그의 제안대로 ‘춘천작가-춘천작은도서관 명예관장’제도가 정착되는 춘천의 미래를 그려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유정문학촌장으로서 자랑하고 싶은 점이나 아쉬운 점을 말씀해주세요.

“김유정문학촌장으로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무단으로 반출된 귀중한 자료를 다시 제자리로 가져다 놓았다는 점인데요, 이 자료는 현대문학관에서 조차 구비하지 못한 대한민국 근현대 문학의 소중한 보물입니다. 춘천시와 김유정문학촌의 소중한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보람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올해 제정된 실레작가상을 들 수 있겠어요. 실레작가상은 춘천에 거주한 지 5년 이상이 된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춘천 작가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레작가상의 권위와 선정의 공정성을 위해 최고의 시인들과 최고의 작가들을 모시고 심사를 했어요. 김유정 선생님이 태어나신 실레마을의 이름으로 춘천에 거주하고 있는 문필가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고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대한민국 최초의 상입니다.”

제1회 실레작가상 수상자는 시부문 한승태 시인, 산문부문 최옥길 작가로 선정되었다. 한편, 김유정문학촌 소장 희귀자료 특별전은 <거장들의 귀환>이라는 제목으로 10월 31일까지 전시된다. 

김유정문학촌장으로 부임하신 첫 해에 소설을 출간하시고, 계속 집필활동을 이어가고 계신데요, 작가의 직무와 품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안동에 있는 이육사 문학관에 초청강연을 다녀오며 한 가지 생각을 했어요. 이육사 선생님은 의열단으로서 목숨 걸고 독립운동을 하셨지요. 지금은 다행히 나라의 독립운동을 할 시대는 아니지만, 저는 문화적으로 바르게 운동하는 일에 앞장서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나이 들어가는 작가로서 눈앞의 세속적 이익 때문에 스스로 노년을 더럽히는 짓은 하지 말자, 문학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비겁했다는 소리 듣지 않게 제대로 하고 가자’ 되뇌곤 합니다. 목숨을 내놓고 하는 독립운동에 비하면 정말 쉽고도 쉬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김유정문학촌을 이끄는 행정가, 경영자이자 작가라는 점에서 문학촌을 알리는 역할과 함께 매년 신간을 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이순원 작가는 김유정문학촌장으로 임명된 첫 해, 《춘천은 가을도 봄》 이라는 소설을 출간했다. “돌아보면 얼룩조차 꽃이었던 내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시절을 보낸 춘천에 대한 감사와 헌사로 이 소설을 바친다. 춘천을 가장 춘천답게 표현한 시(춘천은 가을도 봄이지)의 제목을 소설의 제목으로 허락해주신 유안진 선생께 감사드린다.”라는 작가의 말로 춘천에 대한 애정과 감사를 드러냈다. 

 이순원 촌장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메밀꽃이 눈에 띄었다. 메밀꽃이 소담하게 핀 문학촌의 풍경은 그 어느 계절보다 가을에 어울린다. 춘천은 가을도 봄이니까. 

정미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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