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의 레고랜드는 세계 최대를 자랑하고 혈동리의 신도골프장은 지역의 한 작은 골프장이지만 여러 가지로 매우 닮았다.

닮은 모습으로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점은 그 땅에 살고 있던 사람들을 강제로 내쫓은 사실이다. 중도는 공유지였고 혈동리는 사유지였다는 차이점은 있었지만 이 땅에 농사를 짓고 생업을 이어가던 사람들이 쫓겨났다. 중도의 경우 작물 파종까지 마쳤지만 2013년 강제철거 당했다. 혈동리의 경우 대를 이어 살아오던 삶의 터전을 2010년 강제수용 당했다. 민간사업자의 골프장도 공원이나 도로 등 공공목적인 ‘도시계획시설’로 인정될 수 있다는 2003년 개정된 국토계획법이 근거였다. 2011년 헌법재판소가 이 조항에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림에 따라 정부가 뒤늦게 다시 법을 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전에 이루어진 조치라 돌릴 수 없었다.

두 번째로 들 수 있는 닮은 점은 공무원들은 열심히 갖다 바쳤지만 공사는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혈동리의 경우는 이미 회사가 부도가 나서 공사를 중단한지 오래다. 공사가 진척되기는커녕 방치된 공사현장에서 흘러내리는 녹물 등으로 환경오염 가능성이 있어 도내 환경관리 관련기관이 수질분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도의 경우도 최근 밝혀진 시행사의 재무상황을 고려할 때, 공사가 진척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도개발의 공사를 관장하는 회사는 강원도가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인 엘엘개발이다. 이미 이 회사의 대표가 횡령죄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 재판을 기다리고 있음은 물론 관련 공무원도 함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린 것도 한계에 도달했는데 엘엘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시공사나 운영사가 돈을 넣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엔피티아 같은 회사는 넣었던 돈을 빼가는 형국이다.

마지막으로 들 수 있는 닮은 점은 주민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면서도 쉽게 되돌리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혈동리의 경우 춘천시의 많은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와 주민들의 법정투쟁에도 불구하고 춘천시는 사업허가기간을 2년 더 연장해줬다. 주민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사업권을 취소해서 주민들이 다시 자신의 땅에서 농사를 짓게 해주어야 했다. 중도의 경우도 참여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돈을 넣지 않을 때는 다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와 시는 좀처럼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춘천 전체의 균형개발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적절한 시설인가를 생각해보면 과감한 발상의 전환도 생각해볼 수 있을 터인데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일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진정으로 주민을 위한 일인가를 여러 번 생각하는 사려 깊은 행정이 강원도와 춘천시에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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