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문화재발굴조사, 12월 아파트 착공 2024년 완공예정
어린이공원 내 기와집골 추억하는 휴게시설도 들어서

소양로 기와집골(소양로2가 7-2번지 일원)이 아파트 재건축을 위한 완전철거를 앞두고 있다.

소양로 기와집골은 근대화가 진행되기 전까지 양반, 사대부, 관료, 지주 등 춘천의 상류층이 집단 거주한 부촌이었다. 기와집이 많아서 ‘기와집골’이라 불렸고 하루에 거둬들이는 곡식이 백석을 넘는다고 해서 ‘백석동’이라 불리기도 했다.

소양로 기와집골이 완전철거를 앞두고 있다. 사진 속 춘천명성감리교회 앞 주택(철거업체 임시사무소)이 철거되면 11월에는 문화재발굴조사가 진행되고, 특이점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올 12월에 착공해 2024년쯤 완공 예정이다.

기와집골은 6~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로 유명했다. 특히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인공 ‘준상이네 집’은 일본과 동남아의 수많은 한류팬들의 성지였다.

현재 이 지역은 소양촉진2구역 재건축정비사업으로 5만3천864.8㎡ 면적에 지하 3층, 지상 26층 아파트(11개동 1039가구)가 들어선다.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다. 현재 철거업체가 임시로 사용 중인 건물 1~2채만 남아있으며, 11월에는 문화재발굴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조합 측은 조사과정에서 특이점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올 12월에 착공해 2024년쯤에는 완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양촉진2구역 재건축정비사업은 약 20년을 끌어온 지역의 대표적인 장기 현안이었다. 2002년 조합이 설립됐지만 조합설립 변경, 시공사 변경, 주민들의 재건축 반대 등이 이어지며 난항을 겪어왔다. 2017년에는 주민들이 당시 조합을 상대로 관리처분계획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2019년 10월 법원이 관리처분계획 취소 판결을 내리면서 사업이 무산될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소송이 취하되고 조합도 새롭게 구성되어 12월에는 춘천시로부터 관리처분계획변경 인가를 받으며 재건축에 속도가 붙었다. 

특히 아파트단지에 조성되어 춘천시에 기부채납되는 어린이공원에는 기와집골을 추억하는 휴게시설이 들어선다. 기와집골 미니어처와 <겨울연가>에서 준상이가 사용했던 피아노, 전화기 등이 전시된다.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공원에는 기와집골을 추억하는 휴게시설(사진속 원)이 들어선다. 기와집골 미니어처와 <겨울연가>에서 준상이가 사용했던 피아노, 전화기 등이 전시된다.      사진 제공=소양촉진2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

춘천학연구소 김근태 박사는 “춘천의 중심지가 공동화되는 현상을 가장 잘 보여준 지역이다. 캠프페이지 때문에 개발이 제한되어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었고, 유흥업소들이 성행하면서 주거환경이 낙후되어 원주민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는 등 최근까지 춘천에서 가장 낙후된 곳이었다. 재건축은 역행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라고 말했다.

소양촉진2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 우춘수 조합장은 “긴 세월 동안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다. 다행인 건 원주민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등 재건축·재개발 지역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랜 세월 낙후됐던 지역에 다시 활기가 돌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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