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삼경의 아뜰리에 10

길에 서다 / 최선아 作 / 순지에 먹과 채색, 50x50cm, 2019

날은 꼭 먼 데서부터 진다. 연이은 산등성이 커다란 고함소리가 이곳에는 작게 당도하는 것처럼 어둠은 그렇게 온다. 나무는 이 모든 풍광을 보았을 것이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푸르게 올라오는 새벽의 서늘함을 어떻게 찢고 올라서는지. 어떻게 이 환한 대낮의 영토가 또 밤의 정령들 차지가 되는지 다 보고 있을 것이다. 길에 선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길은 이 모든 변화를 이루는 통로이자 북새통이 되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일없이 이어지지만 날마다 새로운 것을 찾는 곡진함이 저 나무에 스며들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급기야 눈까지 내려준다면 이 모든 세상은 숨을 멈추고 말 것이다. 눈 한 송이가 지구의 무게처럼 나리는 저녁, 작가는 또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

최삼경(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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