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 (가족상담전문가 심리상담사)

말에도 색깔이 있고 내음이 있다. 꽃도 사람도 저마다 향기를 내듯이. 꽃의 향기는 타고 나지만 사람의 향기는 선택되고 창조되고 새로워진다. 눈빛과 얼굴에서. 말씨와 걸음걸이에서.

아무리 좋은 방향제와 향수도 마음과 영혼에서 풍겨 나오는 내면의 향기를 따르지는 못한다. 말투란 말을 담는 그릇이기에 그리고 말투는 내용을 담는 그릇이기에 더욱 그렇다. 물을 어떤 모양의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세숫물로 보이기도 하고, 먹는 물로 보이기도 한다. 말은 보여지는 향기이기에 그 나름의 독립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고유한 자신만이 결이 있다. 사람마다 고유한 삶의 무늬가 있다. 자신만의 색인 주어진 음색은 생활하는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가 생각하고 마음먹고 다짐하는 바가 그대로 나의 언행으로 표출된다. 그리고 그 언행은 습관이 되어 후대가 바라보고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인격과 인품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말을 통해 상처도 받고 회복도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말은 타인에게 깊숙이 스며들어 뿌리를 내리기도 한다. 바로 마음결을 따라 정착하는 것처럼.

모든 사람에게는 ‘마음결’이 있다. 마음결이 넓어 어떤 말도 밑으로 잘 빠져 그것이 자신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마음결이 너무 촘촘하여 다른 사람들의 작은 말 한마디도 빠져나가지 못해 자신의 마음에 걸림돌이 되어 오랫동안 상처로 남아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 그 걸림돌이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마음에 탄력성을 가지고 하나하나 다시 돌을 놓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묵직한 돌들의 연결이 모여 강을 건널 수 있는 디딤돌이 되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건강하게 바라보고 품어낼 수 있도록 푹신푹신한 쿠션이 되는 마음의 보자기를 잘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타인의 작은 말에 바로바로 쓸려가는 가벼운 돌이 아닌, 타인의 말을 잘 품어내며 그 말까지 자신을 위한 것으로 바꾸어 묵직하고 흔들리지 않는 디딤돌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위기상황에 대면한 우리 삶에 우울과 불안을 내려놓고 이제 우리는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삶의 디딤돌과 같은 내적 강함을 만들어 의연해질 필요가 있다. 나만의 결, 나만의 색으로 오늘을 색칠해보자. 가을을 바라보며 알록달록 자기만의 색을 가지고 마음을 붓질하리라 여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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