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넷플릭스가 온다
[기자수첩] 넷플릭스가 온다
  • 황유민 인턴기자
  • 승인 2021.10.0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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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민 인턴기자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전 세계 회원 수가 지난해 2억 명을 돌파했다. 프리미엄 상품으로, 한 계정을 최대 4명이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따지면 실제 시청자는 훨씬 늘어난다.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은 막대한 자본과 오리지널 콘텐츠의 도입, 창작의 자유다. 특히 창작의 자유는 기존 방송시장을 파괴할만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다양한 괴물이 등장하는 ‘스위트홈’, 군대의 부조리와 장병의 고충을 날 것으로 담아낸 ‘D.P’, 지옥의 사자들이 현실에서 사람들을 심판하는 ‘지옥’ 등, 기존 방송사에선 찾아볼 수 없던 신선하고, 파격적인 소재가 주를 이룬다. 세 작품 모두 웹툰을 원작으로 하나, 이를 영상으로 옮기는 일 자체가 박수받아 마땅하다. ‘스위트홈’은 공개 4주 만에 2천200만 계정의 선택을 받았다. 높은 수준의 CG와 참신한 소재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D.P’는 세계(특히 징병제 국가)에서 순위권을 기록하며 한국 군대의 문제점을 낱낱이 공개했다. 해외 시청자들은 ‘D.P’를 두고 “기존 드라마가 보여줬던 한국 군대 모습들이 미화됐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탄식했다.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좀비 사극 ‘킹덤’은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에서 1위로 자리매김했다. 극 중, 머리에 쓰는 ‘갓’이 해외에선 신을 뜻하는 ‘god’과 발음이 유사하고, 모양새가 신기해 외국에서 갓 열풍을 일으킨 적도 있다. 청소년 성매매를 다룬 ‘인간수업’ 역시 세계 콘텐츠 순위권에 머물렀다. 최근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세계를 대상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CNN은 ‘오징어 게임’을 두고 ‘정말 죽여주는 작품’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담으로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는 해외에서 유례없는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국뽕(맹목적인 애국심)이 아니냐?’는 비판과는 반대로, 한국 넷플릭스 콘텐츠 열풍은 정말 ‘끝내준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보고, 한국에 총 1만6천㎡에 이르는 자체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넷플릭스가 한국에 지원한 자본만 7천700여억 원이다. 일부는 ‘거대한 자본으로 토종 방송시장을 짓누르는 것이 아니냐’라고 비판한다. 자본도 물론 영향이 있지만, 창작의 자유가 가장 큰 이유다. 앞서 얘기한 ‘오징어 게임’은 2009년에 시나리오가 완성된 작품이다. 10년이 훌쩍 넘을 동안, 투자자와 배우들은 ‘이상하고 현실성 떨어진다’며 거절했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넷플릭스는 형식과 소재, 수위 및 길이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금기시되고, 도전적이며 파격적인’ 콘텐츠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소위 ‘안전빵’ 콘텐츠에 주력하는 국내 방송사가 가지지 못한 대목이다. 

가난한 인물조차도 수백만 원의 옷을 입고 등장하며 소재와 무관한 러브라인을 어떻게든 그려내는 드라마는 이제 한물갔다. 극에 따라 넝마를 입고, 러브라인 없이 치열한 투쟁을 그려내는 콘텐츠가 사랑 받는다. 시청자의 인식이 매우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입소문 난 시나리오는 무조건 넷플릭스에 가져간다’는 이야기도 있다. 국내 방송시장은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제작사에 창작의 자유를 더욱 부여해야 한다. 억지스럽지 않은 PPL, 입체적인 인물 묘사와 참신한 소재를 갖춰야 공룡 기업과 겨룰 수 있다. 더 이상 의사나 검사 간의 사랑 이야기는 눈길을 끌지 못한다.

제작자 입장에서, 넷플릭스의 등장은 ‘호재’다. ‘오징어 게임’처럼 10년을 거절당한 시나리오가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른다. 도전적이고 과감한 소재, 자본을 이용한 표현력 등 상상의 날개를 거침없이 TV로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따라서 제작자와 시청자 입장에서도 득이 된 넷플릭스의 종횡무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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