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댓글에 자살, 젠더 갈등, 특정 학과 모욕, 초성으로 저격글 까지
‘뜨밤’ 게시판…하룻밤 가볍게 지낼 이성 구하는 게시글 많아
도 넘은 ‘온라인 혐오’, 현실에서 불행한 사람들이라는 의견 있어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 혐오와 분쟁의 장이 됐다.

지난해 10월, 에브리타임에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던 서울 모 대학 여대생 A씨가 자택에서 자살했다. 자살 직전, 자신의 글에 악성 댓글을 달던 에브리타임 이용자를 고소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우울증을 앓던 A씨가 심적 위안을 얻기 위해 올린 에브리타임 게시글에 ‘티 내지 말고 조용히 죽어라’, ‘말만 하고 결국 못 죽네’ 등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고 알렸다. A씨의 유서에는 ‘악플러(악성 댓글을 주로 쓰는 사람)들을 엄벌해달라’고 쓰여 있었다. 

에브리타임은 전국 대학 캠퍼스 400여 개, 약 523만 명이 이용하며 전국에서 ‘혐오 게시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 시간표 어플에 불과했던 에브리타임이 게시판 기능을 추가한 후, 인기 어플로 부상한 이유는 ‘익명 시스템’에 있었다. 글 작성 시 따로 설정하지 않으면 모든 게시글과 댓글은 익명으로 작성된다. 어플 이용자는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해도 신원이 특정될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익명 시스템이 논란의 중심이 됐다.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도 화두에 올랐다.

시내 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 모(23)씨는 “도를 넘었다. 자유게시판을 애용했었지만, 눈살이 찌푸려지는 글이 종종 올라와 지금은 정보를 얻는 용도가 아니면 접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서 “사람들이 분노에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로 더욱 예민한 사회가 된 탓도 있는 듯하다. 무언가 논쟁거리가 생기면 우르르 몰려와서 욕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써낸다. 욕설과 혐오 표현이 난무한다. 특정 성별을 흉내내며 분탕(분위기를 흐리거나 분쟁을 유도하는 행위) 글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학생 한 모씨도 “현실에서 불행한 사람들이 그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도 그렇다. 현실에 충실하고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온라인 세계에서 불만을 표출할 시간 자체가 없다. 악플러들은 주로 화가 잔뜩 나 있거나 어딘가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다”라며 “표현의 자유가 인정돼야 하는 공간이지만,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특히 고등 교육을 받는 대학생이라면 자신의 사상과 신념을 내비치는 데에 더욱 조심스러워야 한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보다 한 권만 읽은 사람이 더 무섭다고 하지 않나?”고 밝혔다.

분쟁이 주로 일어나는 자유게시판 외에도 ‘뜨밤(뜨거운 밤)’ 게시판도 문제가 됐다. 뜨밤 게시판엔 주로 하루를 함께 보낼 이성을 구하는 글이 대다수였다.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요구하거나 동일한 페티쉬(성적 흥분을 느끼는 부위 또는 행위)를 가진 사람을 찾는 글이 많았다.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성적인 고민이나 경험을 털어놓는 게시판 의도와는 반대로, 원나잇 상대를 찾는 장소가 됐다. 앞서 인터뷰한 이씨는 “결핍이 많은 것 같다.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연애하고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밤마다 저런 게시판에서 사람을 구하지도 않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아무리 ‘자유 연애 시대’라지만, 자유 연애라는 핑계로 성욕에 미친 사람들 같다. 이 시국에 할 얘기는 아니지만,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성을 육체가 아닌 ‘사람’으로 보는 사회성을 길렀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황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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