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연((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 주민자치팀) 

미적분학에서 함수의 그래프가 위로 혹은 아래로 볼록인 상태로 변하는 지점을 변곡점이라고 부른다.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사전을 찾아보았다. “굴곡의 방향이 바뀌는 자리를 나타내는 곡선 위의 점”이라고 한다. 

본래 수학 풀이에서 사용되었던 변곡점을 역사적, 사회적 그리고 개인적인 삶에도 적용해보면 일종의 전환점을 의미한다. 이때 굴절을 일으키는 지점에서 변화는 상향으로 가기도 하고 하향곡선을 그리기도 하는데, 춘천의 주민자치가 바로 이 변화의 지점에 서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주민자치회는 우리 동네 문제와 어려움을 더 많은 주민이 함께 모여 논의하고 결정하는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주민 대표기구라고 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는 2013년에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의하면 2020년 6월 말 기준,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지역은 118개 시군구, 626개 읍면동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도내에서는 춘천을 포함하여 6개 시군, 42개 읍면동이 있다. 

한편 그동안 중앙이든 지방이든 정부 정책과 사업은 소위 전문가집단이나 행정의 영역으로만 여겨졌으며, 추진방식 역시 상의하달식(top-down)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사회 양극화, 지역소멸, 코로나19, 기후변화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이러한 모든 문제를 정부나 전문가집단에서 기존의 방식과 체계로만 해결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가장 작은 마을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주민자치회 활동이 이러한 문제적 상황을 해결하는 변화와 혁신적인 방법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또한 주민의 참여를 기반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춘천의 주민자치는 2016년 근화동과 퇴계동에서 첫 시범을 시작으로 21년 8월 말 기준으로 전체 25개 읍면동 중 13개 읍면동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주민자치회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평균연령은 60세이며 주로 자영업에 종사하는 남성이 많은 편이다. 이는 전국적 추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민자치회를 구성하는 평균 60대 이상의 주민자치위원들의 다수는 사실 그동안 항상 누군가에 의해 마련한 정책의 혜택을 수동적으로 받으며 주어진 변화에 적응하며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주민자치활동을 통해 그동안 개인의 삶에서 축적해 온 소중한 경험과 지식들을 마을 전체로 확장하며 ‘프로 주민’으로서 변모하고 있다. 

주민자치회에서 가장 큰 활동을 꼽자면 마을계획수립과 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계획수립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압축해볼 수 있는데, 마을을 다니며 주민분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의제발굴’, 이렇게 모아진 의제를 정리하고 분류하여 숙의 과정으로서 ‘마을토론회’가 열린다. 토론회에서 주민 투표에 갈 최종 의제가 선정되면 ‘주민총회’에서 내년도에 우리 마을에서 필요한 마을사업들이 결정된다. 

올해 마을계획수립 활동은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진행되었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 속에서도 주민자치위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졌다. 주민자치회에서 발굴된 의제는 총 3천643건, 마을토론회 27회가 열려 주민 641명이 236건의 의제를 논의하였고 그중 65개의 의제가 주민총회로 상정되었다. 그 결과 주민총회를 통해 내년도 37건이 마을사업으로 최종 확정되었다. 

주민자치회에서는 마을계획수립 활동뿐만 아니라 전년도에 계획된 마을사업 실행도 지역마다 이루어지고 있으며,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지점과 자원을 연결하는 활동을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여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주민들은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며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키워나가고 있다.

다시 처음에 꺼냈던 변곡점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보면,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는 주민자치와 마을활동은 개인과 지역의 변화를 가져오는 굴곡의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여전히 더 다양하고 많은 주민들의 참여에 대한 고민, 법적·제도적 개선과 한계 등 극복해야 할 여러 과제로 인해 굴곡의 변화가 상향선을 그려낼지, 하향선을 그려낼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를 거 같다.

그러나 적어도 다양한 마을자치 관련 활동은 누군가 세상을 변화시켜주리라 기대하는 대신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이야기이자 주민들인 자신들의 경험과 고민을 지역사회와 연결 짓는 행위로써 의미를 가지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미연 ((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 주민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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