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삼경의 아뜰리에 11

외출 / 이완숙 作 / 폴리에스터 33×37×102㎝. 2021

이런 얘기가 어떨지 모르겠으나 산업 혁명기를 지나며 수컷들의 시대는 끝이 났다는 생각이다. 원시시대부터 맹수들과 싸우고 제 어깻죽지 하나쯤 척! 하고 쾌척할 줄 알던 선 굵은 사내들 말이다. IT 시대를 지나 AI 시대로 접어드는 우리는 지나치게 빠른 변화에 지척대는 혼란 중이다. 현대와 고대가 동시에 입주하고 있는 엉거주춤한 자세, 그 와중에 사내들은 없어지고 권력의 꽁무니를 빠는 남성들로 살아내고 있다. 실오라기 같은 힘을 이용하여 제 자식들의 배를 채우기에 급급한 사내들. 함께 산다는 원대한 비전은 사라지고 끼리끼리 승냥이로 울어대는 좀팽이들. 구멍 뚫린 명예들. 어느새 남성들은 저 우산만큼의 효용도 되지 못하니 혹여 이 땅의 여성들은 들소처럼 뛰던 옛 사내를 찾으러 나서는 것은 아닐까.

최삼경(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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