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건축 성수기, 건자재 공급망이 수요 못 따라가
철근 1톤당 100만 원 넘어, 열연·냉연은 ‘2배’
‘퇴계동 행정복지센터 신축 이전’도 한차례 고초 겪어

최근 연이은 건자재 가격상승으로 건자재 대란이 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봄, 철근 가격이 톤 당 60만 원 선에서 90만 원으로 껑충 뛰어 건설현장이 한차례 멈춘 적이 있다. 당시 전국 59개 건설현장 중 43곳이 공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정부가 서둘러 제시한 수급 대책 방안에 상승 추세가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최근 철근 가격이 톤 당 109만 원을 돌파하며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e-나라지표가 보고한 ‘주요 원자재 가격 동향(철강분야)’에 따르면, 열강 압연은 지난해 말 기준 톤 당 85만 원에서 177만 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냉간 압연도 지난해 말 기준 톤 당 106만 원에서 202만 원으로 상승했다. 국내 철 스크랩(고철)은 지난해 말 기준 톤 당 24만7천 원에서 37만 6천 원으로 올랐다. 지난 7월엔 시멘트 가격도 올랐다. 2014년 이후 7년 만의 인상이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줄곧 톤 당 7만5천 원을 유지하던 시멘트 가격이 7만8천800원으로 5.1% 상승했다. 

부동산 악재에 이어 건자재 수급까지 차질을 더 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 없음      출처=픽사베이

목재업계도 심상치 않다. 대한목재협회가 발표한 ‘수입목재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캐나다산 원목 ‘스프루스’는 1㎡당 약 20만 원에서 지난 8월 기준 약 26만 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이 외에 모든 원목, 제재목 가격이 동시에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 하는 까닭은 늘어난 수요를 공급이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쾌적하고 선선한 기온 탓에 가을철엔 건축 수요가 급증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원유 가격상승 등의 악재가 겹쳐 원자재 수입이 축소돼 공급망이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라 풀이된다. 특히 유가는 최근 7년 만에 최고치인 80달러를 돌파하며 원자재 산업에 직·간접적인 여파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는 아스팔트, 페인트 등 건자재의 원료로 쓰이며 유가 상승 추세가 이어진다면 운송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가구의 가격도 인상될 전망이다. 지난 6월, 이미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한샘, 현대 리바트 등 가구 업체들은 목제 가구의 가격을 3~5% 인상한 바 있다.

건자재 가격에 따라 집값도 상승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최근 대출 규제에 이어 건자재까지 복통을 일으키자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이어지는 실정이다. 시민 김상훈(38)씨는 “주택 건설 가격도 오를 것이고 아파트 분양가도 분명 오를 것이다. 인테리어 시공비는 이미 올랐다. 지난달 집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시공사와 협의했는데, 최종 가격은 애초 협의한 가격보다 15% 오른 가격이었다”며 토로했다. 이어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가격이 매번 올라 전국에서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갈수록 경제가 악화되는 것을 체감한다”고 밝혔다. 건자재 가격상승 탓에 부실 공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네티즌은 “가격이 저렇게 올랐는데 시공사에서 돈을 더 받지 않는다면, 그냥 부실 공사라는 소리다. 분명 부실 공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축 이전할 것이라 입장을 밝혔던 퇴계동 행정복지센터 역시 원자재 수급으로 난항을 겪었다. 지난 6월 23일, 퇴계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이뤄진 ‘퇴계동 행정복지센터 이전 설명회’에서 관계자는 “착공을 위한 철근이 전국적인 품귀 현상을 겪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원자재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원자재를 구해 착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퇴계동 행정복지센터는 지난 9월 착공률 5%를 달성했으며 내년 5월 준공을 목표로 두고 공사를 진행 중이다.

황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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