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철댄스랩 대표, (사)보훈무용예술협회 강원도지회장 무용가 이준철

제30회 전국무용제 강원 대표&안무상 수상

“최선을 다했어요. 강원도의 얼굴로 나가서요. 작품명은 어린 속삭임(Standoff)입니다. 현실을 부정하는 피터팬 증후군과 과잉보호로 인한 회피와 기댐의 어른아이로 표현되는 사회반영이자 자기 반성의 작품이에요. 안무를 짤 때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캐릭터를 설정해요. 그래서 착한 아이인 피터팬과 어른아이인 후크로 잡았어요. 무대에서 춤을 추는 것이 더 좋은데 안무를 맡아서 지켜보는 저는 피가 마르네요(웃음). 어떤 결과이든 ‘열심히 했구나!’ 소리는 들을 것 같아요.”

10월 11일에 있었던 전국무용제에 강원대표로 출전했다. 며칠 빠른 8일에 그를 만나봤다. 안무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열심히 했다는 소리만 들은 것이 아니었다. 

현대무용은 난해하다

“공연 관람 후 ‘어렵다’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받다 보니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고민이 되면서 괴리감이 생겼어요. 횟수로 28년째 무용을 하고 있어요. 주변에 다 무용하는 사람들이라 서로들은 공감하지만, 체육학 박사 취득을 위해 공부하면서 그 분야와 괴리감이 생기더라고요. 체육 분야와 다름, 일반인들의 질문들이 쌓이다 보니 괴리감이 생긴 거죠.”

10년이 지나서도 공연을 보고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30대 초반에 왔던 좌절감이 다시 생겼다.

“작년까지 홍천에서 상주로 3년간 활동했어요. 첫 공연 때 제 지인들을 빼고 150여 명의 일반분들이 왔어요. 그런데 관객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거예요. 일반인들이 예술을 이해하고 향유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음악은 힐링하고 공감하는데 무용은 왜 그렇지 못할까….”

2012. 11.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 <Do you want...?> 안무및 출연/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이준철의 무용은 다가간다

“쉽게 다가서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죠. 연극적 요소(시각적 요소)를 많이 접목시키면서 공연을 하기 시작했어요. 무용하고 연극은 작업하는 시작점이 달라요. 지금은 바뀌고 있지만요. 연극은 대본으로 시작해요. 시놉시스, 캐릭터가 정해지고 감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등의 테이블 작업을 해요. 그런데 무용은 이런 첫 과정이 없었어요. 무용수를 먼저 모집하고 음악을 선정한 후에 안무자가 무용수들에게 컨셉을 이해시키면서 순서를 정해나가요, 신체로 말을 하기 때문에 더 디테일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거죠. 그 디테일을 조금 더 섬세하게 잡고 가면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본이 필요하고 캐릭터가 필요하고 저에게는 정확한 캐릭터가 들어가야 작업이 시작될 수 있어요. 제 공연을 보고 “무용을 잘 봤어요”가 아니라 “연극 잘 봤어요” 해요. 무용과 연극의 경계가 많이 사라지는 추세에요. 저는 관객에게 다가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 감정선이라고 생각해요. 연극적인 요소가 강하기는 하지만 대사나 특별한 설명 없이 감정을 먼저 잡으면서 생활적 동선과 동작들을 이야기해요. 그러면 일반 관객들이 더 잘 이해하시더라고요.” 

이준철 댄스 랩의 현재진행형 고민

“프로젝트 성이에요. 학생, 대학생, 예술 강사 등 무용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 작품이 생기면 모여요. 필라테스, 요가 등 생활 수입을 가지면서 작품을 함께 해요. 안무가로서는 무용수들을 모아야 하는 열악한 환경 구조입니다. 어떻게 하면 춘천에 무용수들이 많이 남아 있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합니다. 인프라가 있어야 좋은 사람과 좋은 작품이 나오겠죠.”

댄스랩의 대표로 활동하면서 소망을 두는 것은 무용에 대한 춘천시민들의 인식 변화라고 한다. 접근성이 어려운 무용을 자꾸 보게 만드는 그것.

“무용이 어려우면 안 가요. 재미있고 관심이 있어야 가죠. 인식을 바꿔 나가는 것이 첫 작업인 것 같아요. 무용은 한 번 봐서는 모르거든요, 자꾸 보다 보면 무용의 맛을 느끼고 자주 찾아오지 않을까요? 현장감도 있고 매력이 있거든요.”

2021년 10월 11일 제30회 전국무용제에서 강원대표로 &lt;Standoff- 어린 속삭임&gt;을 선보여 안무상을 수상했다.
2021년 10월 11일 제30회 전국무용제에서 강원대표로 <Standoff- 어린 속삭임>을 선보여 안무상을 수상했다.

올바르게 서는 사람들

“저는 처음 선생님을 잘 만났어요. 돈이 많이 안 들어갔어요(웃음). 무용은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돈을 많이 들여 무용을 했기 때문에 지도자 위치에 있을 때 그만큼 받는 거죠. 보상심리로 인한 대물림으로 반복되는 현실입니다. 이 기사 보면 무용하는 사람들이 싫어하겠어요(웃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에요. 건강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선생님이라면 멀리 봐야 해요. ‘기본’이라는 정도를 지켜줘야 해요. ‘가치’라고 해야 할까요? 개인적인 욕심으로 레슨비와 작품비가 높아져서 접근성이 떨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힘들더라도 인재를 늘려놔야 하는데…. 올바르게 서는 사람들이 있어야 아이들에게 모델과 이상이라는 것이 생기게 돼요.”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가치 있는 고민을 이야기하는 그. 올바름의 길을 가고자 무게 있는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음악과 체육은 기초교육으로 교과목 선정이 되어 있어요. 무용은 체육에 포함되어 있는 한 분야이죠. 저는 딱 한두 명이라도 예술을 이렇게 접해야겠다는 사람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환경이 좋아지지 않을까요?”

앞으로 계속하시겠죠?

“해야 하는 데 고민이 많죠! 활동 꾸준히 하고 협회를 구심점으로 젊은 친구들과 작품을 같이 해야죠. 사회에 뛰어든 그리고 현장에 있는 인재들이 많이 모이는 그런 곳이 되기를 바라요. 그래야 내가 무용을 했어!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한국무용협회 춘천시 지부장이 된 김상나 무용가가 와이프다. 그들과 고민을 함께 하고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이 부부를 조직의 대표로 구심점으로 삼았지 않았을까. 어렵고 멀리하기 쉬운 무용을 우리에게 삶의 선물로 알려주고자 한평생을 쏟아붓고 있는 귀한 무용가가 춘천에 살고 있다.

 백종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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