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삼경의 아뜰리에 12

골목은 흔히 도시의 모세혈관이라고 일컬어진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신체의 건강여부도 혈관의 문제로 귀결되기도 한다. 어느 도시고 골목을 갖고 있지만 신도시의 골목과 구도심의 골목은 그 표정이 사뭇 다르다. 찌그러진 양재기와 화분, 포장박스가 널려있는 골목은 우리 사는 일의 표정을 닮아 있고, 그래서인지 그런 길을 걸으면 편안하다. 한때는 한 도시의 심장부라 불릴 정도로 환호작약했던 곳이 지금은 쇠락한 채 낡은 시간이 고여 있다. 이 한가한 세간살이가 평화롭다. 모든 운동회의 끝은 아늑한 저녁이고 잠이다. 그 잠은 매끄러운 표면 같이 잔뜩 조여지고 팽팽해졌던 신경들이 느슨해져야 오는 것이다. 느슨하고 제 멋대로인 것에 평화가 다가선다. 브라질리언 왁싱처럼 매끈한 신도시에 어찌 생명인들 평화로울까.  

최삼경(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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