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사단법인 인투컬쳐 상임대표)

한때 춘천이 아름다운 도시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호수가 담아내는 다감한 정취 때문이다. 바다와 달리 호수는 고요한 감성을 지녔다. 인위적인 움직임이 전혀 없다. 절제된 감성은 사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공명이 있다. 그래서 호수는 감정에 쉽게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감정은 우리의 마음 상태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호수는 춘천의 표정이자 도시의 감성이다. 

하지만 지금 춘천은 감성의 도시가 아니다. 이성의 도시로 점차 변모해가고 있다. 각종 개발로 도시의 표정이 바뀌고 있다. 나름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감성의 본성이 상실되어 가고 있다. 오늘날 감성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배적 가치이다. 감성은 직관적이고 비논리적이다. 새롭고 낯선 곳을 찾아 훌쩍 떠나는 여행도 이러한 감성의 영향 탓이다. 이제 감성은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상징적 가치가 되었다. 

세계는 지금 도시 간, 지역 간에 무한 경쟁 중이다.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도시브랜드 구축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도시브랜드는 지역 이미지와 관계가 깊다. 도시 규모와 관계가 없다. 도시를 어떻게 매력적인 곳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주요 관심사다. 실제 도시 이미지는 다른 곳과 차별화될수록 그 가치가 높아진다. 

제주는 바다와 둘레길, 강릉은 바다와 커피, 화천은 강과 산천어로 지역 표정을 바꿔 놓았다. 반면에 춘천은 닭갈비와 막국수가 도시 정체성을 상징한다. 호수는 보이지 않는다. 춘천은 호수의 도시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장소와의 연결점을 찾기도 어렵고, 도심 어느 곳에서도 쉽게 호수문화 정체성을 체감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의암호 수변 공간개발 움직임이 활발하다. 호수국가정원 조성 추진과 레고랜드 테마파크 개장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지난 9일에는 삼악산 호수케이블카 운영이 본격화되었다. 이를 성장 동력 삼아 도시부흥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위적인 개발은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는 뇌관과 같다. 

도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의 주장처럼 사람과 돈이 모이고 경제가 발전할수록 불평등은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렇다고 도시개발을 멈출 수는 없다. 이것이 오늘날 도시발전이 안고 있는 모순이다. 하지만 도시개발은 궁극적으로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호수는 춘천사람들에게 특별함을 지닌 문화이다. 모두가 각자 다른 추억으로 그 형상이 기억되고 있는 치유의 공간이다. 도시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닮는다고 했다. 도시브랜드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꾸는 것에 있다. 수변개발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호수가 담고 있는 문화 정체성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호수는 마음 한구석을 설레게 하는 미적 경험의 대상이고 춘천의 표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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