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5~6% 증가 총량제’에 대출 절벽 현실화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은행 문 닫아 고신용자도 아우성
대출 금리 가파른 인상, 가계부채 이자상환 부담 늘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따라 1금융권들이 금고를 걸어 잠그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란 금융당국이 제시한 ‘전국 가계대출 5~6% 증가 총량제’에 맞춰 주택담보·신용·전세자금 등 모든 분야의 대출을 제한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신용대출 연봉 1배 이상 금지, 주택담보대출 금지 등 금융기관들이 대출 조이기에 나서, 각종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른 시일 내에 상환 능력에 초점을 맞춘 대출관리 방안과 실수요자 배려 방안 등을 함께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처=픽사베이

지난 9월 초부터 이어진 ‘은행권 괴담’ 현실 됐다

지난 9월, 네이버의 한 대형 카페에 ‘은행권 지인한테 들었습니다. 다음 달부터 큰일이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글에서 ‘모두가 경악할만한 소식이 은행권 사내 공지로 돌아다닌다고 한다. 대출에 관련한 소식인데, 그 이상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해당 글을 보고 ‘나도 은행에서 일하는 친척에게 전해 들었다. 전국에서 난리가 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은행권 괴담은 현실이 됐다. 10월 들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은행 지점마다 대출 한도가 지정돼, 발 빠르게 나서지 않으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한 국민은행 직원은 ‘응, 실화야. 우리 지점 이번 달 9억 원 배정받았는데, 어제 하루만 7억 소진…. 문제는 한도가 신용, 담보, 전세 전부 포함이라는 것. 그냥 당분간 대출하지 않겠다는 거다’라는 글을 올렸다.

새로 출범한 토스뱅크, 나흘 만에 대출한도 64% 소진

지난 5일 영업 개시한 토스뱅크는 사전 신청으로 대출받은 고객만 해도 45만여 명으로 올해 대출 한도 약 5천억 원 중 3천억 원이 소진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점으로 미뤄 볼 때 적어도 이달 내에는 한도가 모두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토스뱅크는 금융당국에 “가계대출 한도를 8천억 원으로 증액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막상 금융당국은 “총량 규제에 예외를 둘 수는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대출 영업 중단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 신청자 대상 신규 가입을 제한하기도 했다. 결국 토스뱅크는 지난 14일, 신용대출·사잇돌 대출 등 모든 대출 상품을 전면 중단키로 결정했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은행 대출 축소 나서

토스뱅크 사례에 이어 케이뱅크도 지난 8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줄였다. 또한 마이너스 통장과 중금리 대출 한도를 기존 1억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축소했다. 카카오뱅크는 연말까지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과 일반 전·월세보증금 대출, 직장인 사잇돌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저신용자, 갈 곳 잃어 사금융으로

주택자금, 생계자금을 당장 필요로 하는 고신용자들은 1금융권 대출이 막히자 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다. 이에 저축은행의 주 고객층이던 저신용자들은 3금융권을 넘어서 불법 대부업으로 밀려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돈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지고 대부업체들도 신규 신용대출 비중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정부가 우수 대부업체 21곳을 선정해 은행권에서 자금 조달을 가능케 했지만, 대부업체는 고신용자보다 연체가 잦고 소득이 낮은 저신용자 대출 취급에 머뭇거리는 입장이다.

대출 금리 3%대로 훌쩍…한도는 줄고 이자는 늘고

지난 8월 26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기준 금리를 0.25% 인상한 0.75%로 책정하자 가계대출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풀이됐다. 국회예산처가 제시한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이자 상환 부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 대출금리 1% 상승 시 전국 가계부채 이자 상환 부담은 12.5조 원이 증가한다. 가구 특성별로는 가구주의 연령대가 40대 이상, 가구 소득이 5분위, 상용근로자 가구의 이자 상환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대를 유지하던 시중 은행의 대출 금리가 최근 3%대를 웃돌면서 신규 대출자와 변동 금리 대출 보유자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가계부채와의 전쟁에 나섰던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올 4분기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에 대해선 대출 총량 관리에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당국은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에 한해서 신규 대출 규제를 완화했다. 그러나 “한번 찔러보곤 ‘아니면 말고’ 식의 정책은 제발 멈춰 달라”며 여론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황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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