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성공 /  윤홍식 지음 / 한겨레출판 펴냄

‘사회 같은 건 없습니다’ 1987년 영국총리 마가릿 대처가 《Woman’s Own》이란 잡지에서 인터뷰했던 유명한 말이다.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 온갖 기업규제를 철폐시킨 철의 여왕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북유럽 복지시스템을 ‘병’(영국병)이라고 진단했다. 이후 40년간 지구별을 지배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남긴 찬란한 성취의 결과는 ‘자본천국 노동지옥’ ‘10대90 사회’ ‘ 부모 잘못 만난 네 탓 ’사회다. 눈떠보니 선진국이 되었다는 2021년 GDP 세계 9위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은 10명 중 6명이 만성 울분 상태에 빠져있는(2021년 한국사회 울분 조사) 정규직만 안전한 역진적 선별사회. 자기 자식들은 공무원이나 대기업 취직을 간절히 바라지만, 공무원 증원을 결사반대하는 나라,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정부의 명령에 의해 벼랑 끝에 몰린 사회적 약자들(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의 현실을 집단적으로 눈감아 버리는 비정한 각자도생의 정글사회다. 

저자 윤홍식은 한국이 실패한 사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대로 우리 사회가 이상한 선진국이 된 이유는 실패가 아니라 성공에 있다고 진단한다. 성공의 덫에 빠졌다는 것인데 조금 긴 50년대(해방 후부터 5·16쿠데타 까지)에 대한 탁월한 해석이 이채롭다. 다른 아시아 개도국과 상이한 수출주도형 산업화가 가능했던 이유 (유상몰수 토지개혁으로 인한 지주몰락, 적산 불하를 통한 신흥 자본 성장, 반공주의의 광풍으로 인한 노동계급의 전멸, 전쟁 후 엘리트 계급으로 성장한 군부세력)부터 80년대 3저 호황(저유가, 저금리, 저달러)을 거쳐, 성장이 불평등과 빈곤을 완화하는 더 이상의 기적이 끝난 90대 이후의 한국 상황을 그래프와 도표를 통해 친절하게 설명한다. 90년대 이후 우리 사회는 재벌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힘이 없어졌는데, GDP 4만달러 신화의 출발점은 자동화와 노동유연화가 증가한 이 시기와 궤를 같이한다. ‘사회’가 없어진 사이 ‘공적부조’는 무능력과 불공정의 딱지를 뒤집어쓰고, 현대 시민 사회에서 마땅히 누려야 할 보편적 사회권은 무시된다. 한국형 복지제도가 사회적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 사람들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굳혀져도, 내 집 값만 오르면 장땡이 되는 욕망의 화신들을 양산해 낸다. 이것이 이상한 성공이 만들어 낸 우리 이면의 본 모습이다.

“세대 담론은 부와 특권이 세습되는 계급사회의 현실을 감추는 위험한 장막입니다. 이 불평등의 사슬을 끊는 것은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대다수 기성세대를 적으로 돌리는 세대 간의 반목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소수의 기득권층을 제외한 특권 없는 사람들의 세대를 가로지르는 연대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세대가 아니라 부가 세습되는 새로운 신분제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하게도 내년 치러질 선거의 최대 쟁점은 코로나로 파탄 난 민생경제의 회복에 있어야 한다. ‘검수완박’, ‘화천대유’, ‘천화동인’, ‘천공스승’보다 ‘식위민천’이 먼저다. 성공(집권)하면 뭐하겠는가? ‘다.나.가.리.’ 되는 것을….

류재량(광장서적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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