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 하늘이 익숙해지고 길가의 가로수 벚나무 잎이 벌써 붉게 물들어 가을빛을 띠고 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 어딘가 모를 쓸쓸함에 고독이란 걸 느껴야만 할 것 같은 스산한 기분이 든다. 신기하게도 입맛이 계절을 따라다닌다. 백반이나 탕, 중국 음식 등 많은 음식이 있지만, 예전에 자주 다니던 경양식집에서 옛 정취의 음식에 추억까지 만나보려 한다. 어릴 적 마음으로 돌아가 들뜨고 설레던 경양식 집에서 가장 많이 먹었던 대표 격인 음식, 돈가스 정식이다. 무려 21년간 지속해온 오늘의 주인공 바우하우스를 소개한다. 이리저리 따져봐도 가격 대비 품격이 있는 집이다.

바우는 짓다, 하우스는 집, ‘집을 짓다’라는 말을 도치시킨 이름이다. 바우하우스는 도청 아래 맨 왼쪽 골목 교회 맞은편에 있다. 별도 주차장이 없지만 주변에 주차 공간은 있다. 이곳은 입구부터 깔끔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레스토랑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자리를 안내받은 뒤에 돈까스 정식을 주문했다. 레스토랑답게 테이블 매트 위에 스푼, 포크, 나이프 그리고 냅킨이 세팅된다. 먼저 전체음식으로 적채, 콜라비, 양상추, 당근, 양배추, 파프리카가 형형색색 옷을 맞추어 입고 하얀 용기에 가득 담겨 나온다. 여기에 키위 소스가 품위 있게 함께 등장한다. 집게로 샐러드를 앞접시에 담고 소스를 우아하게 부어서 맛있게 먹고, 이어서 바구니에 담긴 바게트가 나오는데 진열장에 전시된 빵처럼 우아하고, 말 그대로 맛은 겉바속촉이다. 수수하게 등장하는 크림 수프에 바게트를 찍어 먹어도 빵 맛이 최고다. 이제 메인메뉴인 돈가스 정식이 나왔다. 그릴 판에 노릇노릇 바싹하게 튀겨진 황금빛 돈가스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게 된다. 심지어 플레이팅이 아름답다. 갓 지은 밥 한 덩이를 중심에 두고 베이크드빈 듬뿍, 스파게티, 옥수수샐러드, 돈가스 소스가 빙 둘러 더욱 아름답다. 먹기 위해 흩트려 놓기 아까운 마음이 든다. 대식가 임에도 불구하고 돈가스를 모두 먹기에는 버겁다고 느껴졌다. 전문용어로 칼질을 해놓고 한 점을 소스에 푹 담가 입에 넣는다. 바삭함과 소스의 달콤함이 10대의 추억을 소환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고기가 입안에서 씹을 때마다 육즙을 내는데 고소함이 입안 가득 행복감을 안겨준다. 필자는 베이크드빈을 무척 좋아하는데 넉넉히 먹을 수 있는 양이라 좋았다. 스파게티는 익숙한 맛이다. 밥은 예술이다. 갓 지은 밥이 백반집 밥 못지않게 혀에 착착 감기게 한다. 찬은 김치, 오이피클, 단무지가 나온다. 나오는 순서대로 먹으니 포만감이 일찍 왔지만 맛있어서 무리해서 싹싹 비웠다. 사이즈가 소와 대가 있는데 여성분들은 소자를 주문하길 추천한다. 다 먹고 나니 디저트가 있다. 커피와 차 그리고 아이스크림이 있다.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슈가스프링클이 예쁘게 뿌려 나온다. 마음도 달달해진다.

바우하우스는 매월 둘째, 넷째주 일요일은 휴무이다. 매일 오전 11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영업한다. 예약을 하지 않은 손님은 등심 돈가스와 치킨가스 두 가지 중 선택하여야 한다. 예약은 필수다. 이번 주말에는 시간을 내어 부부가 함께 바우하우스에 가서 돈가스로 젊은 날의 데이트를 생각하며 추억에 푹 빠져보는 시간을 내어보자.

요선동 1-10 / 전화 243-3771

이철훈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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