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령사는 뭐니 뭐니 해도 코스모스다. 바람 따라 이리저리 하늘거리는 꽃잎이며 가녀린 줄기가 참으로 아름답다. 가을 들녘에 나가보면 야생화가 지천이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가을 국화는 하늘색과 정말 잘 어울린다. 선조로부터 사군자로, 시의 소재로, 국화주로, 심지어 각설이타령에도 한 소절 들어가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아온 꽃이다. 그중 제일이라 함은 바로 ‘해국’이다. 해국을 보러 바닷가로 향하니 많이 설렌다. 게다가 너른 바다를 보며 해안가를 걷는 낭만은 덤으로 얻는다. 해변에서 바위가 있는 곳이면 해국을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일출도 보고 꽃도 보는 동해의 추암 바닷가로 정했다. 추암 촛대바위에서 동해의 일출을 담고 아침을 먹은 뒤 해국을 찾아 나섰다. 멀리서도 바닷가 바위틈에 도도하게 꽃이 핀 해국이 눈부시게 눈에 띈다. 날씨도 좋고 파란 하늘을 배경 삼아 셔터를 눌러본다. 드문드문 바위솔도 눈에 띈다. 해국의 꽃말은 기다림이다. 사연도 가슴이 아프다. 바다로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바닷가에서 모녀가 기다리다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져 죽고 풍랑을 뚫고 구사일생 돌아온 남편은 이를 뒤늦게 알고 바닷가에 가보니 그곳에 모녀를 닮은 꽃이 피어있었다고 한다. 그게 바로 해국이다. 바닷가 벼랑에 모진 비바람을 맞고 추운 겨울도 이겨내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다. 매년 우리에게 10월 초면 꽃을 피워준다.

햇빛에 반짝반짝거리는 감색 꽃잎에 노오란 술이 곱게 자리하여 도도한 듯 우아하다. 꽃대는 모진 역경에도 견딜 수 있게 짧고 단단하다. 들국화라는 꽃은 없다 그냥 야생국화를 통칭해서 들국화라 부른다. 꽃이 비슷한 것이 많아 구별이 힘들지만 노오란 산국, 감국이 있고 감색의 개미취, 쑥부쟁이 등이 있다. 해국은 우리나라 독도가 원산지다. 그래서 우리나라 해변이나 일본 해변에서 볼 수 있다.

  이철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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